2017 JAL SCHOLARSHIP PROGRAM에 최종 합격한 지 한 달이 더 지난 지금, 1차 지원부터 3차 최종합격까지의 과정을 써 봤습니다. JAL 스칼라십 프로그램 후기가 인터넷 상에 굉장히 적어 준비하기 힘드실 텐데요, 제 기록도 남길 겸 정보공유도 하는 차원에서 이 후기를 올립니다. 기본적으로 회고록 형식이라 글이 조금 길고, 감정서술이 많을 수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2학년 때였을까. 일본항공에서 온 JAL SCHOLARSHIP PROGRAM 홍보 메일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1학년 때 한일성신학생교류 등 국가 및 민간단체에서 지원하는 국제교류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이러한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2학년 2학기는 군대에 가기로 예정되어 있는 시기였고, 어쩔 수 없이 지원은 제대 후로 미룰 수 밖에 없었다.
군대 입대 후, 잡지 '世界' 및 여러 원서 책을 읽으며 짬짬이 일본어 공부를 했고, JLPT N1에도 도전해서 합격했다. 제대 후 복학해서 정신없이 한 학기를 보내니, 벌써 2017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이번에는 꼭 한 번 JAL 스칼라십에 지원하자는 마음이 있었기에, 1월 1일부터 주기적으로 소식을 확인했다.
<지원과 1차 서류 전형>
결국 1월 중순이 되니 선발 안내 공고문이 발표되었다. 기한은 3월 10일 금요일까지였다. 나중에 써도 된다는 생각으로 미루다가 결국 3월 10일 저녁에 부랴부랴 쓰게 되었다. 근데 기한을 보니 응? 뭔가 이상한 거였다. 알고 보니 그 전날에 일본항공 측에서 기한을 3월 12일 일요일까지 연기한 것이었다. 덕분에 다행히 천천히 시간을 들여 쓸 수 있었다. 만약 일본항공 측이 기한을 미루지 않았더라면, 합격은 고사하고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천운이었다.
서류 전형은 간단하게, 인터넷 접수로 이루어진다. 해외여행 등의 해외경험을 쓰는 문항 하나, 지원 동기를 묻는 문항 하나였다. 의외로 가벼운 문제라 시간이 덜 걸릴 줄 알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모두 전달될 수 있도록 쓰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래 사항에 신경쓰면서 작성했다.
1. JAL 스칼라십 프로그램 전형 특성상, 1차 서류전형 이후에는 최종 면접 전에 자신이 어떤사람인지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다. 그래서 이 서류가 나중에 합격 당락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했다. 그만큼 중요한 자기소개서이므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의 장점은 무엇인지'를 글에 어떻게 녹여낼지 더욱 고심했다.
2. 문항 자체가 요구하는 것만 쓰는 것이 아닌, 심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내용을 더 추가했다. 예를 들어 '해외여행 등의 해외경험을 쓰시오'에서는 단순히 여행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의미있는 해외활동과 그 활동에서의 내 역할을 썼다. 또한 이것이 왜 나를 뽑아야 하는지와 연결되도록 마무리도 추가했다.
지원 동기 란에도 지원 동기만 쓰는 게 아닌, 동기-계획-포부로 이어지도록 글을 구성했다. JAL 스칼라십 프로그램이 아니면 안되는 이유를 밝히고, 구체적인 활동 계획이 드러나게 신경썼다.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작성하다 보니, 1차 합격은 왠만하면 하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1차 합격 발표 당일, 일본항공측에서 늦게 발표하는 바람에 떨어진 줄 알고 실망하고 마음졸이던 해프닝이 있었지만... 2차 시험이 목요일인데, 1차 합격자 발표가 화요일에 났기 때문에 떨어진지 붙은지도 모른 채 에세이 내용에 대해 자료를 모았던 기억이 난다.
<2차 에세이 전형>
2차 심사는 3월 16일! 14:00~16:00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에세이 준비 과정이 가장 힘들었다. 2시에 시험인데 바로 직전인 12시에 글을 아예 뒤엎었을 정도니... 17년도 주제는
'생각해보자! 아시아의 환경, 세계의 환경 ~지금, 우리들이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것~'
이었다. 생각해보면 뻔했다. 절약, 절수, 재활용같은 뻔한 이야기를 쓰면 바로 탈락이라는 것. 독특하고 설득력 있는 주제이면서, 기-승-전-결 구조를 제대로 갖춰야 했다. 일상 생활에서 굳이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직접' 실천할 수 있는게 무엇일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에세이가 결국 요구하는 것은 에세이를 쓰는 '우리'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찾아낸 답은 '녹색 소비(Green Consumption)'이었다. 녹색 소비란, 일상생활에서 식품을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친환경 상품을 선택하는 소비이다.
본론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료조사가 필요했다. 일본기업에 에세이를 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예시나 용어가 실제 일본에서 사용되는 말인지 계속 검토했다.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녹색 소비의 구체적인 예로는
1.구체적인 환경보전 CSR 계획을 제시하고, ISO 26000, 'ECO FIRST' 등 환경인증을 받은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한다. (예시: 항공권 구매)
2. 식재를 구매할 때 탄소발자국 마크에 표시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비교하고 구매한다.(예시: 지역 농산물, 지산지소 개념)
을 들고, 다음 문단에는 이러한 소비를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SNS로 발신하는 것과, 그 효과에 대해 기술했다.
이런 식으로 본론을 기술하고, 그에 맞는 서론과 결론을 구성했다. 문제는 서론 시작부분과 끝맺음 부분에 어떤 것을 써야 좋을까 결정을 못해서 시험 직전까지 엎고 또 엎었다. 아는 기자 누나와 친한 친구에게 문의하면서, 시험 당일 오전에 글 구성 자체를 뒤엎기도 했다. 애초에 제대로 준비할 시간이 얼마 없었다.
시험 당일 수업 2, 5교시를 다 빼면서까지 정신없이 준비하며 달려간 곳은 바로 명동 신한은행이었다. 2층 회의실에서 시험이 진행되었는데, 예상대로 시험 응시 인원은 많았다. 30여명 정도였다. 시험 전 노트에다 다시 한번 써왔던 내용을 다시 적어보았다. 시험 시간은 2시간이었다. 시험 시작 후에는 주어진 연습노트에 그 적은 내용을 한국어로 쭉 적은 다음에 남은 한 시간동안 작성했다.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에세이를 쓰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시간이 넉넉한 편이기 때문에 먼저 개요를 작성한 후에 옮기는 것을 추천한다.
에세이를 쓰고 나서는 내가 잘 쓴건지 회의감이 들면서 긴장이 다 풀어졌다. 그냥 2차까지 와서 쓴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주말이 지나고, 화요일이 되었다. 1차 발표가 화요일이었기 때문에, 2차 발표 또한 시험 다음 주 화요일에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3시 반이 지나도 나오지 않아서 일본항공 담당자 분께 직접 전화를 걸었다. 떨어지면 떨어진 거지 뭐, 라는 반 포기의 심정이었다. 근데 들려온 대답은 의외였다.
"2차 합격하셨습니다. 내일 모레 2:20~2:40에 프레지던트 호텔 일본항공 본사에서 최종면접이 있으니, 2시 10분까지 꼭 정장 차림으로 오세요. 면접은 일본어로 진행됩니다."
화요일에 합격 여부를 알려주니 이틀만에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근데 화요일은 저녁에 소개팅(...;;;)이 미리 잡혀 있어 준비를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점입가경으로 정장 자체도 없었다. 주변에 빌리고자 해도 빌릴 수가 없었다. 결국 최종 면접 전날인 수요일 저녁에, 절친한 일본 친구와 같이 동대문에 가서 거금을 주고 정장을 샀다. 그날 밤엔 학교로 돌아와 둘이서 고기를 먹으며 나올 문제와 답을 생각해 봤다. 이미 사회인이 된 친한 선배도 전화를 걸어주면서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줬다.
<3차 최종면접>
최종면접 전날 저녁은 그렇게 양복을 사고, 정신없이 다음날 나올 문제와 답 목록을 구성하며 지나갔다. 당일날도 정신없긴 마찬가지였다. 아침 10시 반까지 수업에 가야 했는데, 집에서 준비하다 보니 지각할 것 같아서 그 날도 그냥 자체휴강했다. 2주 연속 휴강으로 학점은 안녕... 일본 기업의 최종 면접이었기에 인터넷에서 일본식 면접 영상을 찾아보고, 연습했다.
면접 도착하기 전도 참 스릴이 넘쳤던 것이, 한 40분 전에 집을 나섰는데 지하철 시간표를 보니 제때 도착하긴 틀릴 것 같아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님을 재촉하며 처음 입어보는 정장 차림으로 정신없이 준비한 원고를 택시 안에서 읽어댔다. 결국 2시 10분까지 도착인데 2시 4분에 서울 시청 맞은편 보도에 도착해서 프레지던트 호텔까지 뛰어갔다.
일본 항공 본사에 들어가니, 이미 대기하시고 계신 분이 있었다(나중에 알고보니 같이 합격했다!). 한명씩 면접을 보는 줄 알고 앉아서 정신없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 분께서 면접 시간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셨다. 면접 시간이 같았다. 알고 보니 면접은 한국인 면접관 2분과 일본인 면접관 2분이 2명을 20분간 면접하는 형식이었다. 전체 3차 응시자는 12명이고, 그 중에 3명만 뽑히는 것이었다. 최종경쟁률이 4:1이라니, '쉽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앞 조의 면접이 끝났다. "면접 대기하겠습니다."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 앞에 서니, 갑자기 긴장이 몰려왔다. 그래도 해야 할 것은 해야 해. 전날과 당일 본 면접 동영상을 상기했다. 들어가기 전과 나가기 전의 인사도 물론 중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미소'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했다. 물론 면접 중간중간 질문에 휘말리니 어느새 난 미소 없이 진지하게 답변하고 있었다. 아이고.
정작 들어가니 예상 못한 질문이 많이 나왔다. "자신이 느꼈던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등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가 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 대표로서 당연한 질문인데도... 결국 임시응변으로 '기업의 사회공헌 차이', '정열적이고 성실한 한국인'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당시 말하면서도 이건 좀 부족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비하시는 분들은 이런 임시응변을 하지 마시고, 미리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잘 구상하시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질문은 자기소개, 미래의 포부 등으로 평범한 면접 질문이었다. 자기소개에서 어떻게 인상을 강하게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내 이름의 한자 이야기로 시작했다. '이름의 한자에서 보듯, 저는 이런 성실하고 진지한 사람입니다'라는 것을 어필했다. 택시에서 생각해 낸 방법이었다. 면접관이 이름을 한 번 더 보면서 기억하는 효과도 있어서 의외로 좋은 전략이었던 것 같다.
뒤에는 준비한 대로 말했지만, 중간중간에 나사 빠진 듯 기억 안나는 부분이 많아 임시응변으로 메꾸기도 했다. 초반에 갑자기 머리가 하얘져서 "죄송합니다.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십시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한국 면접관께서 좋은 질문을 해주셔서 위기에서 벗어나기도 했었다. 그 때만 생각하면... 으아....
의외로 중문과란 것과, 자신의 장점과 단점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잘 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데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면접관 분들이 중문과인데 일본어를 독학한 '도전 정신'을 높게 사신 듯 했다. 물론 "도대체 중국어 공부는 언제하나요?(주변에서 항상 듣는 질문이긴 하다...)"라는 질문도 받긴 했다. 하하...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에서는 앞에 말하지 못했던 포부, 계획을 강조했다. 수업도 빠져가면서 준비를 이렇게 했는데, 준비해 놓은 좋은 말을 말하지 않으면 계속 후회할 것 같았다.
면접은 의외로 금방 끝났다. 면접이 끝나니 앞에서 제대로 못했던 답변에 대한 후회가 계속 들면서 그 생각이 머리 속을 지배했다. 아 더 잘 말할 수 있었는데... 이것만 말했으면 합격하겠다는 안심이 들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면접이 끝나고 학교로 다시 수업을 들으러 돌아가는 길에도 한동안 정신이 없었다.
학교에 돌아와, 친한 중국 형과 만나 면접 이야기를 나눴다. 머릿속엔 면접 생각뿐이고 면접때 바짝 긴장해서 일본어를 말하다 보니, 한국어나 중국어보다 일본어가 먼저 나왔다. 형은 계속 면접 생각만 하면서 카톡 등으로 핸드폰 화면이 켜질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나를, 응원해주고 안심시켜줬다. 거금을 들여 정장까지 사고, 시간을 많이 투자해서 열심히 준비한 것을 생각하니 마음을 비우기는커녕 반드시 붙고싶다, 꼭 붙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열망이 강했다. 형과 헤어지고 수업에 들어갔다. 수업 중에도 계속 '전화가 올까?' 라는 생각으로 집중할 수가 없었다. 긴장이 조금 풀리고 조별 모임을 하는 도중, 진동이 울렸다. 일본항공이었다.
"일본항공입니다. 최종 합격하셨습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말할 수 없이 정말 기뻤다.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친구들과 함께 23일간 함께한다니, 상상만으로 벅차올랐다. 그러나 본격적인 준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한국 소개 발표 등 여러가지 발표를 해야하고 국제교류 마츠리 준비도 해야하니, 꽤 바빠질 것 같다. 후회 없이 열심히 준비하는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