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21일 수요일

<북큐슈 일주 여행> 2. 다자이후, 캐널시티 유람

2013.8.23~28 북큐슈 일주 여행

2013.8.23 첫째날 2. 다자이후, 캐널시티 유람


  하카타역에 도착한 후 숙소인 '호텔 홋케클럽 후쿠오카(ホテル法華クラブ福岡)'에 도착했다. 역에서 걸어서 약 10분 정도의 호텔인데, 이번 여행에는 무조건 2명이서 7천엔 이하로 잘 수 있도록 숙소를 잡아 놓았기 때문에 두명이 6천엔 정도에 잘 수 있었다. 체크인 시 '체크인 부탁드립니다(チェックインお願いします)'라고 말한 후 수속 절차를 밟았는데, 스태프가 날짜 기입란에 25.8.23이 아닌 2013.8.23이라고 쓴 걸 보고 '외국인 분이십니까?'라고 물어보았다. 일본은 보통 연호를 쓰니 2013년은 헤이세이25년平成25年인데, 서력으로 쓰니까 물어본 듯 했다. 덕분에 일본어 실력에 대한 약간의 자신감과 함께 공항에서 좌절했던 그 기분은 말끔히 사라졌다!!ㅎㅎ 

  보통 일본 호텔의 체크인 시간은 15:00시인데, 그 전에 도착해서 그런지 좀 기다려야만 했었다. 그러나 다자이후를 돌아보아야 하는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3시가 되자 방에 짐을 풀고 바로 뛰쳐나왔다.


  시간 상 다시 하카타역을 가서 다자이후까지 가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에, 니시테츠를 이용해 가는 방법을 택했다. 가까운 니시테츠 전철역인 야쿠인역薬院駅까지는 도보로 약 20분이 걸렸는데, 정말 8월 일본 날씨의 땡볕 아래 더워 죽는 줄 알았다. 결국 가다가 지쳐 도중에 어느 문구점에 들어가 열심히 부채질을 하던 기억이 난다. 결국 야쿠인역에 도착해, 역사 1층의 편의점에서 '오후의 홍차'를 사들고 나왔다. 1월 간사이 여행 후 푹 빠져 항상 일본 갈 때마다 마시게 된 음료수이다.

  야쿠인 역 안에서는 인상깊었던 광고판을 찍어보았다. 'NEXUS YAKUIN'이라는 문구를 보고 구글 스마트폰이 지역 광고도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여행기를 쓰면서 보니 지역 맨션 광고였다.이 야쿠인역에서 16:02분에 오오무타大牟田행 특급을 타고 후츠카이치二日市로 가야 한다. 다자이후 텐만구를 니시테츠를 타고 가기 위해선 반드시 후츠카이치에서 환승해서 다자이후선을 타고 다자이후太宰府 역에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니시테츠 특급은 매우 빨랐다. 물론 니시테츠의 특급은 킨테츠 특급 시마카제같은 관광열차가 아니라 그냥 보통 열차에 불과하지만, 약 120km/h의 속도로 금방 후츠카이치역에 도착했다. 후츠카이치역과 다자이후역을 잇는 다자이후선은 총 역이 3개(후츠카이치, 고죠, 다자이후)인 짧은 노선이기 때문에 보통열차만 운행한다.


  종점 다자이후역이 가까워 온다. 관광지를 이은 노선임에도 성수기나 센터시험 시기가 아니라 그런지 열차 안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열차 천정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일본의 보통 열차나 지하철엔 저런 식으로 광고지를 매달아 광고를 하는 모습을 늘상 볼 수 있다.


  다자이후역 도착. 다자이후행이던 보통 열차는 후츠카이치행으로 행선지를 바꾸어 후츠카이치역까지 되돌아간다. 세 역을 왔다갔다 하기만 하는 이런 셔틀 노선에는 아마 초보 차장을 투입하지 않나 싶다.


  텐만구 신사는 다자이후에서 약 250m 떨어진 거리에 있다. 일본의 여느 관광지와 같이 텐만구와 다자이후를 잇는 거리 양 쪽에는 관광객들을 노린 여러 식당과 기념품 가게들이 많았다. 이 스타벅스 커피점은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곳으로, 한 번 찍어보았다.
 


  다자이후 텐만구(太宰府天満宮)는 헤이안 시대의 저명한 철학자, 정치가였던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原道真)의 영을 모신 곳이다. 미치자네는 교토에서 다자이후로 억울하게 추방되어 다자이후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그의 죽음 뒤에 자연재해가 이어지자 사람들은 그의 억울함을 달래기 위해 무덤 위에 신사를 지었다고 한다. 스가와라 미치자네는 오늘날 교육의 신인 텐진으로 여겨져, 이 텐만구에 모셔져 있다. 위 사진에서 돌로 만들어진 큰 문은 토리이(鳥居)라고 부르는데, 신사의 입구를 상징한다. 한 개나 여러 개가 늘어서있기도 하며, 나무로 만들어지거나 돌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끝없이 늘어선 토리이로 유명한 신사가 바로 교토의 후시미이나리 신사(伏見稲荷大社)이다.



  입구의 도리이 문을 지나면 곧 커다란 연못 하나와 그것을 건너는 다리 2개가 보인다. 이 연못은 일본어로 '마음'을 뜻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고, 두 개의 다리와 이어진 섬은 과거, 현재, 미래를 상징한다고 한다. 신사를 만들 때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만든 것이 아니라, 세심한 배려가 깃들어 있음을 잘 알 수 있다.


  신사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있는 정화수에 도착했다. 이 곳은 정화용 물이 나오는 샘으로, 본당에 들어가기 전 이곳에서 손과 입을 깨끗이 씻고 신사에 들어간다. 이를 잘 모르는 관광객들은 이 물을 약숫물인줄 알고 마시던데(실제로 교토에서 본 기억이 난다), 그러면 호구 취급 당한다! 다행히 사진이 남아 있어 정화수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려드릴 수 있게 되었다.

   <手水の作法>
1.左手を洗います
      왼손을 씻습니다
2.右手を洗います
      오른손을 씻습니다
3.左手に水を受け、口を漱ぎます
      왼손에 물을 받아, 입을 씻어냅니다
4.左手を洗います
      왼손을 씻습니다
5.柄杓を立てて、柄を洗います
      국자를 들어, 손잡이를 씻습니다


  텐만구에 들어갔다. 우중충한 날씨에 하늘은 구름으로 뒤덮였다. 텐만구는 일본 전국에 있는 수십만개의 신사 중에서는 그  규모가 큰 편이었다. 이곳은 오미쿠지를 묶는 장소인데, 뽑고 난 오미쿠지를 나무 가지에 묶어 행운을 이루어지고, 불운은 오래 가지 않도록 비는 그런 곳이다. 오미쿠지는 대길부터 대흉까지 운세를 적은 종이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대길이 나오면 기념으로 가져가기도 하나 흉이 나오면 그냥 이런 곳에 묶어버리는 듯 하다.


  여느 신사에 가나 볼 수 있는것, 에마絵馬도 있었다. 에마는 소원을 담아 나무판에 쓰고, 신사에 남기는 나무판이다. 정말 많은 에마가 걸려 있었는데, 텐만구가 학문의 신사라 그런지 시험 합격이나 좋은 학점 기원(!)을 기원하는 문구가 많이 보였다.


  텐만구 가람 밖에 있었던 작은 목조 건축물들. 이 네 개의 작은 건물은 무엇이고 왜 건립되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아시는 분은 코멘트로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만 일본적인 분위기가 신비로웠기 때문에, 이 계단에 앉아서 친구에게 사진을 부탁했다.


   사진을 찍고 가람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텐만구의 중심으로 보이는 건물에 도착했다. 본당과 배례전이 합쳐진 양식 같아 보였는데, 이곳에서는 신직(절의 주지같은 사람)을 맡으신 분께서 어떤 문구를 큰 소리로 읽고 계셨다. 그 뒤에는 아들과 어머니로 보이는 두 사람이 같이 무릎을 꿇고 무언가를 간절히 기원하고 있었다. 아마 아들의 시험 합격 등을 기원하는 내용 아니었을까. 추측건대 이런 식으로 신사에 돈을 내고 신직을 통해 소원을 비는 방법도 있는 것 같다.

  사진에서 앞쪽에 보이는 두 상자는 참배를 드릴 때 동전을 넣는 함이다. 먼저 신전 앞에 있는 나무로 된 이 커다란 함에 동전을 넣고, 신전을 향해 두 차례 목례를 올린다. 그 후 손뼉을 두번 치고 자신의 소원을 빈다. 소원을 빈 후에는 마지막으로 한번 더 목례를 드린다. 일본 신사나 절에 가면 이런 식으로 참배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참배를 해도 되지만, 난 약간 뻘쭘해서 참배를 하지 않고 사진과 동영상만 찍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특이한 색감으로 경내를 찍어보았다. 오른쪽에는 부적을 파는 곳이 있었다. 텐만구의 특성상, 이곳의 가장 인기있는 부적은 학생들의 시험통과를 기원하는 부적이다. 입학시즌이 아니라 한산했던 다자이후 텐만구는 그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특히 가람 밖에 있던 연꽃과 연못이 그 운치를 더했다. 북큐슈 여행 중에서 신사를 방문하기로는 이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텐만구를 나와 큐슈 국립박물관으로 향했다. 텐만구와 큐슈 국립박물관은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데, 텐만구와 큐슈 국립박물관을 직접 잇는 터널이 건설되어 가기가 매우 편리하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쭉 뻗은 에스컬레이터 옆의 빛 줄기는 색깔을 바꾸며 터널 속을 휘감았다. 


  드디어 도착한 큐슈 국립박물관. 도쿄, 교토, 나라의 국립 박물관에 이어 2005년에 개관한 국립 박물관이다. 거대한 푸른 건물은 박물관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1800년대 말에 서양식으로 지어진 앞의 세 국립박물관과는 달리, 큐슈 국립박물관은 21세기의 도래를 반영한 듯 보였다. 다자이후가 나라/헤이안 시대에 아시아 주요 국가 간의 정치업무를 담당했던 곳이기 때문에, 이 박물관은 "아시아인의 관점에서 일본 이해하기"란 컨셉의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는데, 안타깝게 5시가 넘어 문을 닫은 시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박물관 뒤쪽으로 돌아 다자이후역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도 문화재가 있던 쪽이라 원래 계획을 짤 때 박물관 뒤쪽으로 나가기로 했었다. 그러나이미 문화재도 문을 닫은 상태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겉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할 수 밖에 없었다. 골목길에는 사람의 인척이 거의 없었다.


  다자이후의 입구에 도착했다. 이런 소 동상이 다자이후 곳곳에는 설치되어 있었다. '봉헌', '신성한 소'라고 쓰여있던 이 소는 사람들이 뿔을 계속 만져 뿔이 마모되고 있었다. 사람들이 계속 만져 발을 못알아보게 되버린 바티칸 성당의 베드로 상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니시테츠의 다자이후 역명판. 역명판에 보이는 꽃은 사쿠라가 아니고, 매화이다. 살아생전 스가와라 미치자네 공이 매화를 좋아했기 때문에 전국의 텐만구에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매화를 심는 풍습이 있다. 다자이후 텐만구도 이 풍습에 따라 경내에 약 6,000그루의 매화를 심어놓았다고 한다. 정작 갈 때는 몰랐지만, 지금 글을 쓰다보니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다자이후에서 다시 후쿠오카로 돌아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는데, 니시테츠를 이용해서 후쿠오카 시내인 텐진까지 편하게 가는것과, 니시테츠와 JR선을 이용해서 굳이 복잡하게 가는 방법이 있다. 물론 나는 두번 째 방법을 사용했다. 북큐슈 레일 패스를 쓰면서 굳이 니시테츠에 돈을 써야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고, 일부러 7시 정도에 JR 후츠카이치二日市역에서 하카타역으로 바로 가는, 특급 '유후인노모리(ゆふいんの森)'를 타기 위해서기도 했다. 유후인도 아니고 다자이후 다녀오는데 '유후인노모리' 예약하는 철저한 정보력  

  여행기를 보시는 분들 중에서 이런 방법을 쓰고싶은 분은(북큐슈 레일 패스 지참 필수), 우선 니시테츠 다자이후역에서 후츠카이치역까지 왔던대로 되돌아간다. 니시테츠 후츠카이치역과 JR 후츠카이치역은 10분 정도의 거리인데, 사진처럼 니시테츠 후츠카이치역에서 내린 후 구글맵을 이용해 JR 후츠카이치역까지 걸어간다. 그리고 후츠카이치-하카타 간 예약했던 유후인노모리를 타면 끝! 참 쉽죠?


  니시테츠 후츠카이치역에서 내렸을 때는 해가 진 상태였는데, JR 후츠카이치역까지 걸어오다 보니 그새 어두워져 있었다. 10분간 걸어오며 일본의 마을 풍경을 마음과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큐슈에서의 첫날 오후는 이렇게 끝났다.

  역시 큐슈박물관을 갔다오지 않아서 그런지, JR 후츠카이치역에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간식거리를 사가기 위해 역 구내의 페밀리마트에 발을 들였다. 일본 전역의 편의점에서 볼 수 있듯이 잡지를 들여다보고 있던 사람들, 그리고 모모이로 클로버Z가 눈에 들어왔다. 모모이로는 홍백가합전에서 두 번 정도 본적이 있지만, 독특한 퍼포먼스와 의상으로 인상이 꽤 남았던 아이돌이다. 물론 AKB그룹 팬이라 모모이로에 관심은 없지만...


  일본 편의점의 위엄. 한국의 편의점에 비해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식품류가 매우 발달해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면 종류만 해도 족히 스무가지는 되는 등, 편의점에서 싸게 자신의 취향의 식사를 하는 것이 편리하다. 일본 편의점 업계는 로손, 세븐일레븐, 페밀리마트의 3강 체제로, 각 회사가 경쟁하며 싸고 질좋은 먹을거리=PB상품을 자체개발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최고의 원료로 최고의 맛을 지향하는 세븐일레븐의 골드시리즈 등의 제품이 유명하다. 스위츠가 발달한 일본 식문화의 특성 상 편의점에도 값싸고 맛있는 스위트가 많은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유후인노모리를 타러 갈 시간이 되었다. 편의점에서 나와 해가 진 플랫폼으로 향한다. 건너편의 일반 열차가 인상적이었는데, 신형 차량에 좌석이 가로로 되어 있음에도 머리받이가 있고, 좌석이 다 개별 분리되어있다는 것이 신선한 충격이었다.



ゆふいんの森6号(유후인노모리 6호)  19:06二日市(후츠카이치)ー19:17博多(하카타)

  일반 열차를 타지 않고 일부러 예약해 두었던 특급 유후인노모리에 올라탔다. 오전의 사쿠라 558호 같이 상당히 짧은 여정에 특급권을 끊은 건데, 후회는 전혀 없었다. 유후인노모리는 하카타-오이타/벳부 사이를 운행하는 관광특급인데, 이 열차는 벳부에서 출발해 하카타로 오는 차량이다. 그래서 후츠카이치에서 하카타로 다시 갈 때 탈 수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열차와는 달리 운전실을 투명하게 해 놓아, 앞의 풍경이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편의점에서 사들고 온 것은 미니슈(198엔)과 반 호우텐 코코아(150엔 정도로 기억한다). 일본의 특급 열차나 신칸센에는 각 좌석마다 이런 선반이 준비되어 있는데, 주로 철도 여행을 즐기면서 에키벤이나 음식을 먹으면 된다. 2013년 1월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는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하는 내 성격에 산요신칸센 노조미 열차에서 에키벤을 사들고 와 '이거 정말 먹어도 돼? 열차 안에서 음식냄새 나는 거 아니야?' 하며 남의 눈치만 봤던 기억이 난다. 주위에 열차 안에서 에키벤을 먹는 일본인이 있으면 먹을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먹길래 나도 포장을 뜯어 먹었다. 그 후로는 일본에 갈 때는 일본인의 방식에 아주 잘 적응하여 맛있는 철도여행을 잘 해 오고 있다.

   사진의 '미니슈'는 이름만 미니슈지 실제 부피는 해태과자 홈런볼의 약 2배 정도였다. 안에는 홈런볼 처럼 딱딱한 초콜렛 크림이 아닌, 부드러운 슈크림이 들어 있어서 놀랐다. 한국 제과업계를 죽입씨다 질소는 나의 원쑤 양도 많아 반 호우텐 코코아랑 같이 먹으니 배가 찰 정도였다. 먹는 도중 계속 홈런볼과 한국 제과업계의 만행에 대해서 생각이 났다.


  하카타 역에 도착해, 지하철로 이동하여 후쿠오카의 시내라고 할 수 있는 '텐진'을 찾았다. 사실 니시테츠의 종점이 '니시테츠후쿠오카(텐진)역'이기 때문에 니시테츠를 쭉 타고 오면 바로 시내까지 도착할 수 있었긴 했지만, 유후인노모리를 타 본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지하철 역에 내려 8시까지 영업한다고 하는 후쿠오카 만다라케まんだらけ를 찾아가려 했지만, 구글맵과 실제 위치가 달라 엄청 헤맸다. 만다라케는 친구에게 부탁받은 나친적 OST CD를 사기 위해 들려야만 하는 곳이었는데, 큐슈에 만다라케는 후쿠오카와 코쿠라 두 곳밖에 없었기 때문에 일정 상 반드시 이 곳에서 사야만 했다. 결국 폐점 5분 전에 헐레벌떡 도착해서 씨디 한 장을 사들고 나왔지만, 친구가 부탁했던 다른 씨디는 없어 나머지 여행 기간에 계속 찾아보아야 했다.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넘치던 12월~6월 즈음이었다면 내가 오히려 신나서 만다라케를 돌아다녔겠지만, 7~8월부터는 일드를 접하고 UZA로 AKB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는 시절이어서 만다라케에 관심이 사라진 상태였다. 지금은 그 경향이 더 심해져 에니메에 관심이 0이 되었다.

  구매대행(...)이 끝난 이후엔 상업 시설 '노스 텐진'에 위치한 'BOOK OFF SUPER BAZAAR(북오프 슈퍼 바자) 노스 텐진'을 방문했다. 독자 분들께도 한 번 꼭 방문해 보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은, 큐슈 최대의 북오프 매장이다. 북오프(BOOK OFF)는 일본의 중고서점 체인으로, 중고 서적 뿐만 아니라 사진집, 만화책, CD, DVD, 게임 소프트 등의 중고 물품을 싼 값에 파는 곳이다. '슈퍼 바자'라는 매장은, 이 외에도 핸드폰이나 의류 패션 잡화 등을 파는 중고 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큰 오프라인 매장이다. 찾아가기는 좀 힘들긴 하지만, 찾을 가치가 충분하다. 2층 매장에 없는 게 없었다. 난 1월에 교토 북오프에서 봤던 스즈키 아이리 사진집을 찾아봤지만 실패하고, N게이지 800계와 N700계 모형을 보며 이걸 살까 매우 고민하던 기억이 난다.

  그 후 텐진 거리를 쭉 걸어 사진에 나오는 츠타야(TSUTAYA)에 들렸다. 츠타야는 CD/DVD의 렌탈과 게임 소프트, 음반, 서적의 판매를 병행하는 체인으로, 기본적으로 새벽 4시까지 하거나 24시간 운영하는게 특징이다. 서점이 모두 저녁 10시 정도에 폐점하는 일본에서는, 밤 늦은 시간 책을 사러 갈 때 참 유용한 곳이다.


  후쿠오카 중심가에 있는 츠타야라 그런지 규모가 매우 컸다. 음반 코너를 가서 만다라케에서 못 구했던 친구의 음반을 알아보고, 관심이 있었던 가수들의 음반들도 쭉 보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인 일본의 밴드 이키모노가카리(いきものがかり)의 'バラー丼(발라동)' 초회한정판 앨범이 있길래 구매할까 심각한 고민을 했지만, 2천엔이 넘는 중고 가격에 결국 구매하지 않았다. 확실히 시간에 쫒기는 여행자라면, 새벽 늦게까지도 하는 숙소 근처의 츠타야를 방문해 책이나 음반을 구경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밤을 새야만 했던 11월 오사카 여행 마지막 날 때, 갈곳 없던 나를 따듯하게 맞아준 곳이 바로 이 츠타야였기 때문에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텐진에서 100엔 버스를 이용하여 캐널시티에 도착했다. 1996년 4월 20일에 개장한 캐널시티 하카타(キャナルシティ博多)는 후쿠오카시의 명실상부한 대형 쇼핑몰이다. 한국의 가든파이브와 같이 여러 동(7개 동)의 건물이 모여서 이루어진 건물군이며, 호텔과 영화관, 그리고 쇼핑 브랜드가 다수 입주해 있다. 파리만 날리는 가든파이브와는 달리 캐널시티는 시내에서 접근성도 좋아 유동인구도 많다. 그 이름(Canal City)에 걸맞게, 쇼핑몰을 관통하는 운하가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5층에 위치한 라멘 스타디움(ラーメンスタジアム). 큐슈 라멘이 대부분이지만, 말 그대로 전국의 라멘집들이 모였다. 가고시마, 하카타, 치바, 토야마, 삿포로의 라멘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어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했다.


  결국 고른 것은 구마모토의 라멘집 '豚とろ톤토로'. 일본 현지의 돈코츠 라멘이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직접 찍은 사진이 흔들려서 메뉴를 찍은 사진을 첨부했는데, 라멘의 가격은 약 800엔?정도로 기억한다. 구수하고 깊은 돼지 국물에 부드러운 챠슈의 조합은 지금도 기억하는 최고의 궁합이었다. 2014년 6~7월의 전국 일주 이후 순위는 변하겠지만, 지금까지 먹어본 라멘 중에는 최고였다. 이러한 강렬한 인상 때문인지 이후로 한국의 일본 라멘 전문집을 가면 깊이 없는 국물이나 삼겹살 같은 차슈의 질감에 실망하고는 한다.


  라멘 스타디움 건너편 4,5층에는 오락실 타이토 스테이션이 자리하고 있다. 이미 나는 캐널시티 안에 타이토 스테이션이 있다는 사실을 다 조사해서 알고 온 상태였기 때문에 저녁을 우선 먹고 느긋하게 내려와 타이토 스테이션을 둘러보았다. 여러 종류의 기기가 참 많았다. 일본 오락실에 오면 반드시 보게 되는 파칭코 기계. 파칭코 기계는 도박에 인생을 거는 폐인을 만들지만, 자이니치 코리안의 수입원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볼 때만다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큰 인상을 남겼던 도박묵시록 카이지의 파칭코 기계, '늪'도 생각나곤 한다. 일말의 대박에 불명확한 현재와 미래를 거는 파칭코와 같은 도박을 접할 때에는 '조금만 더'라는 생각을 버리고 몇 번 도전한 뒤 과감히 포기하는 결단이 중요하다.


  케이온!게임. 어떻게 하는지는 전혀 모른다. 위에서 서술했던 대로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0으로 수렴하는 시점이었던 당시에는 사진만 찍고 지나쳤던 기기다. 아마 케이온 덕후였던 친구에게 염장을 지르려는 의도로(...) 찍었던 듯 하다.


  일본에 왔으면 태고의 달인을 해야지!! 타이토 스테이션은 남코계열의 오락실이기 때문에 내가 즐겨하는 코나미 계열의 리듬게임은 물론 찾아볼 수 없었지만, 태고의 달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한국에도 태고의 달인이 있긴 있는데, 관리가 제대로 되는 곳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기가 업데이트도 되지 않는 옛 기기밖에 없다. 그래서 최신 J-pop과 보컬로이드 곡을 연주하려면 일본에 올 수 밖에 없다.

   일본과 한국을 다녀보며 약간 아쉬운 점 중 하나는, 한국에는 제대로 된 오락실이 몇 곳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시절만 해도 분명 어느 정도의 규모와 기기를 갖춘 오락실은 여러 곳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서울에도 오락실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너무나도 축소된 한국의 아케이드 게임 시장의 현황이 참으로 안타깝다.


  캐널 시티에서 집으로 이동하는 중에 캐널 시티 안에서 발견한 귀여운 로봇. 이 로봇은 자기 혼자 복도를 돌아다니며 날씨 정보와 기타 캐널시티 안내를 알려준다. 본체 위에 달린 카메라로 사람을 인식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표정을 바꾸고, 다른 곳으로 알아서 이동하기도 한다. 충전이 필요할 때는 다시 충전기가 있는 벽으로 돌아가 충전을 한다. 이런 신기한 로봇이 캐널 시티 안에 몇 대 더 있었기 때문에, 로봇 기술을 상용화하려 노력하는 일본의 모습에 놀랐다.


  드디어 첫날의 짧고도 긴 일정을 마치고, 지친 상태로 호텔로 돌아왔다. 비도 내리고 덥다 보니 호텔의 에어컨을 틀자 살 것 같았다. 호쿠리쿠 지방에 돌풍이 불어 피해가 났다는 자정 뉴스를 보며, 키타큐슈시의 모지코와 야마구치현의 시모노세키를 둘러보는 다음 날의 일정을 준비하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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