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8.23~28 북큐슈 일주 여행
1. 2013.8.23 후쿠오카에 발을 내딛다
작년 여행의 기억을 잊지 않고, 남기기 위해 여행기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제 여행기는, 제 개인적 기록과 더불어 북큐슈 전반 및 여러 분야에 대한 깊은 설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북큐슈 여행을 하는 분들께 이러한 설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특히 진에어를 이용해서 나가사키 및 북큐슈를 둘러보고 싶으신 여행객들께 추천드립니다. 본 여행기는 개인의 기록이 기본이므로 '~했다'체로 작성함을 양해 부탁드립니다.일본 2번째 여행, 5박 6일간의 북큐슈 일주. 시작이다.
용돈을 모아 아끼고 아껴 가게 된 두 번째 일본 여행. 이번엔 같이 가는 친구의 의사를 고려해, 큐슈를 선택하게 되었다. 여행 일정을 짜는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는 나답게 일주일 동안 머리를 싸매면서 숙박과 철도 다이어를 완벽하게 짜두고, 출발하게 되었다. 8월 23일 전주에서 새벽에 출발하는 리무진은 있었지만, 전부 매진되어서 어쩔 수 없이 인천공항에서 노숙을 하기로 했다. 22일 6시가 넘은 시간에 리무진을 타고, 인천공항에 10시정도에 도착했다. 위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22시 56분. 깊은 밤이지만 7개월만에 찾은 인천공항에 마음은 두근두근거렸다! 꽤 늦은 시간임에도 비행기가 이륙하고 착륙하다는 사실에 놀라면서 인천공항을 돌아다녔다.
사람이 없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숙을 청하려는 사람들은 자리를 잡고, 조명은 어두워져 갔다. 인천국제공항도 정부 절전정책에 동참한다고 들었는데, 과연 사실이었다. 나는 출국장의 벤치 의자에서 잠을 청했다. 옛날 로마 콜로세움에서 지갑을 도난당한 것이 생각나, 잃어버리기 쉬운 캐리어는 한진해운에 맡겨 놓고(7000원) 작은 크로스백은 줄로 목을 조이는 형태로 놓고 잤다. 인천공항이 세계에서 노숙하기 가장 좋은 공항 중 하나라는데, 시트가 딱딱해서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이런 불편한 자세에서 잠이 제대로 올 리 없었다. 새벽 2시쯤에 잤을텐데, 5시 반쯤에 일어났다.
친구와 7시에 합류하여, 바로 탑승동으로 들어왔다. 진에어는 대한항공의 저가항공 브랜드(즉, 자회사)이기 때문에, 제 2터미널이 아닌 제 1터미널을 쓰고 있었다. 진에어를 고른 이유는, 마침 이 시기가 진에어가 나가사키에 처음 취항하던 때라서 취항 기념으로 왕복 18.7만원에 취항 기념 표를 구매했기 때문이다. 진에어의 기체는 저가항공의 양두산맥인 A320과 B737-800 중, B737-800이었다. 사진 상으로는 커 보이지만, 기체 정말 작다;; 옆에 주기하고 있던 대한항공 777 형님들에 비교해 너무 작아서 과연 저것이 비행기가 맞는지 의심스러웠을 정도다. '내 737-800은 이렇지 않아!!'
진에어의 기내. 피치항공의 A320을 생각하면 편하다. 동체는 작고, 좌석은 3-3배열에, 리클라이닝은 조금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인천-나가사키는 정말 뜨면 바로 내리는 1시간 20분짜리 구간이기 때문에, 좌석은 조금 불편해도 상관없다. 진에어는 오히려 다른 저가항공사와는 달리 나가사키 카스테라 및 간단한 식사류를 제공해서 만족스러웠다.
나가사키 공항 도착. 도착 당일 날씨가 강수 확률이 70%랬더니, 정말이었다. 우리를 맞은 일본의 날씨는 먹구름을 잔뜩 낀 채였다.
나가사키 공항은 일본 나가사키현 오무라 시에 위치하고 있는데, 근처에 해상자위대의 오무라 항공 기지의 A활주로가 있다. 민간인이 이용하는 활주로는 바로 이 B활주로이다. 터미널은 위 사진에서 보는바와 같이 그냥 지방 공항이다. 작다. 그러나 작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이 공항, 1975년 5월 1일 세계 최초의 해상공항으로 개항한 공항이다. 2008년 대대적인 리모델링도 거쳐 시설 또한 깔끔하다.
나가사키 공항 국제선의 입국심사대.
일본인은 1명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모두 한국인 관광객들이었다. 갑자기 일본인 안내원이 입국 카드를 보더니 전화번호가 맞냐고 물었다. 숙소는 후쿠오카였지만, 숙소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아오지 못해서 그만 사가현 어느 호텔의 전화번호를 써버린 것이었다.(꼭 일본 가시기 전에는 숙소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아가세요. 일본 도착해서 찾아보려고 하면 핸드폰 로밍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입국심사를 늦게 통과하게 되어 일정에 지장이 생깁니다!) 그 후 열심히 이유를 설명하려고 했지만 일본어가 안터져서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일본에 오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본어를 갈고 닦았는데 아직 일본어 바카구나...'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분했다.
나가사키 공항은 나가사키현의 구석인 오무라 반도에 있기 때문에, 위치가 영 좋지 않다.
나가사키역에 도착해서 JR큐슈 패스를 교환할 수 있는 곳으로 갔다. 역사 안에 있는 여행사였다. 이 곳에서 패스 교환을 할 수 있고, 왼쪽 뒤쪽의 카운터에서는 열차 지정석의 예약을 할 수 있다. 여기서는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일본어를 써서 아무런 문제 없이 편하게 패스를 발급하고, 당일날과 3일 이후에 사용할 특급열차와 신칸센의 지정석 7장을 예약했다. 사실 계획을 짜면서 14장의 지정석을 예약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왔는데, 한 곳에서 14장을 예약할 순 없지 않은가. 민폐 손놈이 될 것 같아 4곳에서 나눠서 예약하기로 했다.
かもめ22号(카모메 22호) 12:20長崎(나가사키)ー13:47新鳥栖(신토스)
마지막 날 출국 공항이 나가사키 공항이고 아침 비행기였기 때문에, 나가사키는 맨 마지막날 여행해야만 했다. 그래서 첫날은 우선 나가사키를 빠져나가, 후쿠오카의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후쿠오카 여행을 하기로 했다. 나가사키 역사 내의 슈퍼마켓에서 점심을 해결할 벤또를 사들고 나와, 하카타역행 특급 카모메에 올라탔다. 오오 카모메 지정석의 위엄. 새마을호도 타봤지만 새마을호 저리가라 할 수준의 푹신푹신한 가죽의자였다. 위 사진을 보면 앞 의자에 자그마한 파우치와 행거가 보이는데, 자그마한 파우치는 지정석 표 검사를 할 때 역무원이 확인하기 쉽도록 지정석 표를 넣어두는 곳이다. 행거는 무거운 배낭가방도 걸 수 있을 만큼 튼튼하다.
아, 여기서 의문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특급 카모메는 나가사키와 하카타역을 직통으로 연결하는데 왜 신토스역에서 중간에 내렸냐? 답은 철도 동호인(철덕)이기 때문에... 그냥 앉아서 가만히 있으면 하카타까지 갈 수 있지만 저는 신토스에서 갈아타 큐슈신칸센을 타고 갑니다. JR큐슈 패스를 샀으면 뽕을 뽑아야죠ㅋㅋㅋ 여러분들도 이렇게 타 보세요. 재밌습니다.
나가사키 역 구내에서 산 온타마츠쿠네동(温玉つくね丼). 380엔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맛있고 충실하다. 일본에서는 일반 슈퍼를 가든 편의점을 가든 어디서든지 이런 도시락을 볼 수 있다.
특급 카모메 안에서 찍은 접이식 탁자. 근데 왜 소닉이라고 적혀 있을까? 이는 '하얀 카모메(시로이 카모메,白いかもめ)'로 유명한 JR큐슈 885계 열차는 '하얀 소닉(시로이 소닉,白いソニック)'으로도 운용되기 때문이다. 특급 소닉하면 보통 미키마우스 머리모양의 머리받이가 달린 파란색 소닉을 상상하기 쉬운데, 카모메로도 뛰는 '하얀 소닉'도 있다! 이 열차는 아마 닛뽀본선에서 하얀 소닉으로 운용되다가 나가사키 본선에 투입된 듯 하다.
신토스역(新鳥栖駅) 도착. 여기서 신칸센을 타고 하카타역으로 가면 된다. 신토스역은 본래 토스시의 중심도 아닐 뿐더러 2011년 3월 큐슈신칸센 전선 개통 전에는 역 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큐슈신칸센의 정차역으로 결정된 후, 재래선과 신칸센의 환승을 위해 역사가 지어졌다. 도호쿠 신칸센의 신아오모리역과 같은 예인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역사 시설도 참 깔끔했다. 재래선과 신칸센은 십자형으로 환승하고 있기 때문에, 신칸센을 타려면 개찰구 오른쪽의 유인개찰구에 패스를 보여주고 2층의 플랫폼으로 올라가면 된다.
신칸센 환승시간이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엄청 뛰었다. 2013년 1월 이후 다시 보는 신칸센! 일본 열차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기도 하고, 신칸센을 보기만 해도 너무 좋기 때문에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타고 가야 할 열차는 사쿠라 558호. 기대를 마음 한 가득 하고 사진 찍을 준비를 한다.
九州新幹線 さくら558号(사쿠라 558호) 13:54新鳥栖(신토스)ー14:07博多(하카타)
신토스와 하카타는 한 정거장, 16분 거리다. 우에노 신칸센(JR패스를 가진 철덕이 서울역-용산역 구간정도의 거리인 우에노역-도쿄역을 신칸센으로 가는 기행을 부르는 말)급의 여정이지만 공짜니 마냥 좋다. 물론 잊지 않고 지정석을 예약해 두었다. 잠깐 이 신칸센 사쿠라호에 대해서 알아보자.
큐슈의 남쪽 끝 가고시마와 오사카를 잇는 신칸센은 큐슈 신칸센(가고시마츄오~하카타)과 산요 신칸센(하카타~신오사카)이 있다. 큐슈 신칸센은 JR큐슈가 관리하고, 산요신칸센은 JR니시니혼이 관리한다. 북큐슈 패스를 꼼꼼히 살펴본 분들 중에는 "분명 코쿠라小倉역은 큐슈 안에 있는데 하카타~코쿠라는 왜 신칸센을 이용할 수 없는 거지?"하고 의문을 가지시는 분들이 있으실 텐데, 이는 운영 주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연히 JR큐슈가 발행하는 북큐슈 레일패스로 신칸센을 타고 하카타 역 위로 못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운영 주체가 다르면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신토스에서 신오사카로 가려는 사람이 신토스-하카타/하카타-신오사카 표를 두개 끊을 수 없는 노릇이다. 환승도 시간낭비다. 그래서 두 JR이 연계하여 신칸센을 공동 운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큐슈-산요신칸센(가고시마츄오~신오사카)과 산요-도카이도신칸센(하카타~도쿄)인데, 큐슈-산요신칸센에서는 미즈호みずほ, 사쿠라さくら라는 신칸센 열차를 운용하고 있다. 노조미급의 미즈호는 하카타 구마모토 등의 큼지막한 역밖에 안 서는 최고 등급 열차이고, 히카리급의 사쿠라는 신토스 등의 여러 역에도 정차하는 한 단계 낮은 등급 열차이다.
하카타역博多駅에 도착했다. 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사쿠라는 신오사카新大阪역까지 운행한다. 조금 졸다가 하카타역을 지나치면 그냥 산요신칸센을 타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것을 이용해서 오사카까지 갈 수도 있겠지만, 중간에 검표에 걸려 과징금을 물을 뿐만 아니라 오사카역에서는 나갈 수도 없으니 시도해보지도 말자. 코쿠라역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전국의 JR회사가 발매하는 패스로 신칸센을 탈 땐 졸거나 고의로 규정된 범위 안을 벗어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위에 사진에 보면 벚꽃, 즉 '사쿠라'라는 이름답게 열차 표시가 분홍색으로 되어 있다. 신칸센은 열차 등급마다 상징 색이 다르다. 신칸센 열차 위에 있는 행선 표시기의 첫 줄은 오렌지색인데, 이는 미즈호みずほ를 상징하는 색이다. 방금 전 언급했듯 미즈호는 큐슈-산요신칸센을 직통운행하기 때문에, 신오사카까지만 간다. 2번째 줄의 노란색은 노조미のぞみ를 상징하는 색이다. 산요-도카이도 신칸센을 가장 빠르게 직통운행하는 노조미 열차는 후쿠오카에서 도쿄까지 한 번에 연결하는 신칸센이다. 물론 북큐슈 레일패스 갖고 저거 타면 안된다.
하카타역은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마쳐서 매우 현대적이고 깔끔했다. 신칸센 플랫폼으로 안내하는 네온등이 파란색인 이유는? 바로 JR니시니혼 관할이기 때문이다. 하카타역은 JR큐슈와 JR니시니혼 두 회사에서 같이 관리하기 때문에, JR큐슈 관할 지역을 가면 빨간색 네온등을 볼 수 있다. 하나 더. 왜 후쿠오카의 역 이름은 후쿠오카역이 아닌, 하카타역일까? 하카타는 예전에 큐슈 북부에 있었던 번창한 항구 도시였는데, 메이지 시대에 하카타와 후쿠오카가 통폐합되며 후쿠오카 시가 되면서 이름을 역과 구 이름에 남겼다. 그래서 역 명칭이 후쿠오카역이 아닌 하카타역이며, 후쿠오카시에는 하카타구가 남아있다고 한다.
하카타역에 도착했으니 다음은 숙소에 짐을 놓고 학문의 신을 모셨다는 다자이후로 가야한다. 그 내용은 2편에 다룰 것이다.
쓰다보니 여행기가 단순한 기록을 넘어버렸는데, 앞으로도 모든 여행기는 이런 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상세한 설명이 항상 덧붙여져 있기 때문에, 이 여행기를 보고 여행을 간다면 아는 것이 더 많이 보이고, 일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여행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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