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31일 화요일

<일본 일주 여행> 1.일본 일주의 시작

1. 2016.08.22 일본일주의 시작

  벌써 5번째 방문하게 된 일본. 14년 6월에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취소할 수 밖에 없었던 일본 일주를, 2년 만에 다시 떠나게 되었다. 군대 복무 중에는 조금이라도 즐거운 꿈을 꾸면서 생활하려고 전역 후 친구와의 일본 일주를 계획하곤 했었다. 여행 9개월 전부터 일본어 원서 여행 가이드를 주문하고, 구글 맵으로 현지의 길을 눈에 익혔다. 여행 중 들리는 도시의 지도가 머리 속에 개략적으로 전부 들어올 만큼 열심히 찾았다. 결국 이번 여행의 계획도 90% 이상 내가 전담하게 되었다.

  본래 여행은 7월에 계획되어 있었지만, 중간에 한일성신학생교류 활동때문에 모든 것을 엎었다. 같이 활동하는 학생들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일정을 미루고 축소했다. 원래 15일의 거창한 계획은 8월 16일~8월 31일까지의 10일짜리 계획이 되었다. 입출국 또한 하네다 IN-하네다 OUT이 아닌, 후쿠오카 IN-나리타 OUT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예약해두었던 산토리홀의 클래식 공연도 취소하고 ANA항공의 항공편도 취소해서 정말 아쉬웠지만, 결과적으로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여행이 되었다.


  이번 여행은 후쿠오카-나고야-카나자와-토야마-센다이-삿포로-왓카나이-하코다테-도쿄를 JR패스 7일권을 사용해 완주했다. 철도와 관광을 균형있게 배치하면서도 하드코어한 철도 여행이 되지 않도록 계획했다. 물론 내 기준에서... 하드코어라 함은 철도 탑승시간이 하루 11시간 이상이 될 경우다. 언젠가는 청춘18이나 홋카이도&동일본 패스로 보통열차로만 이루어진 여행을 해보고 싶다.
  

  얼마만의 인천공항인가! 13년 11월 이후로 근 3년만에 다시 찾아 감회가 새로웠다. 제대 후 찾은 공항이라 더욱 기쁘고 즐거웠다. 다음 날 후쿠오카행 진에어 첫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기쁜 마음으로 노숙을하기 위해 왔다. 11시 정도에 도착한 인천공항은 3년 전 북큐슈 일주 때와는 달리, 이착륙하는 비행기도 거의 없었고 매우 조용했다. 2번째 노숙하는 만큼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도 않고, 바로 잠자리가 될 만한 의자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잠이 잘 오지 않았다. 한 2시간 반이나 잤을까? 새벽 5시가 안 되어 다시 깼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탑승동으로 향했다. 3년 전과 같은 항공사인 진에어다. 도쿄가 아닌 후쿠오카로 향하게 된 것은 여러가지 항공권을 조합해 본 결과, 후쿠오카 IN 도쿄 OUT이 21만원 정도로 가장 쌌기 때문이다. 계획 중간에 일정을 수정하면서 나고야와 도쿄 일정을 대폭 줄인 영향도 있었다. 그래서 첫날 후쿠오카에서 나고야, 그리고 카나자와로 이동하는 괴악한 초장거리 일정이 탄생했다.

  이번 기체는 평범한 737-800. 3-3배열에 크지 않고, 비행 거리도 짧다. 기내서비스는 없다. 정말 떴다 싶으면 금방 내린다.


  후쿠오카 입국 줄은 유난히 길었다. 싱가포르 항공을 타고 도착한  승객들까지 모여 더욱 북적였다. 9시 이전까지 공항에서 하카타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려 했는데, 실패로 돌아갔다. 입국 심사관은 여성이었는데 내가 일본어로 대답하자 유학생이냐고 물어보고,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를 물어봤다. 입국은 후쿠오카에서 했는데, 숙소에는 이시카와현 카나자와가 써져있으니 당연히 물어볼 수 밖에. 그렇지만 아직도 의문인 것은 그쪽에서 계속 경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관에서도 일본어를 사용하니 조금 더 꼼꼼하게 검사하는 느낌이 들었다. 가끔씩은 영어를 써야 하나 고민한 순간이었다.


  후쿠오카 공항을 바로 빠져나와 하카타역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했다. 지하철도 물론 있지만 국제선 건물 바로 밑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라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미리 알아둔 니시테츠의 하카타역 경유 텐진고속BT에 탑승했다. 후쿠오카에서 나고야까지 당장 산요신칸센을 타고 이동해야 하는 일정 상, JR패스를 하카타역에서 교환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당일 오사카-나고야, 나고야-마이바라, 마이바라-카나자와의 지정석은 예약했지만, 아쉽게도 이 날 탄 사쿠라 546호는 지정석이 없어서 자유석을 타야 했다. 직원이 "빨리 가서 기다리지 않으면 못타요!" 라고 하길래 바로 에키벤을 사서 갔더니, 정작 기다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약 30분 간 열차가 도착하기까지 오고가는 신칸센을 찍으며 계속 기다렸다. 



    신오사카까지 여행을 함께 할, 신칸센 차량이 도착했다! 그렇게 그리던 신칸센을 다시 타볼 수 있다니... 마음 속 가득한 설렘과 함께 가슴이 뛰었다. 북큐슈 여행기에도 설명한 바와 같이, 사쿠라호는 큐슈신칸센-산요신칸센 직통 열차이며, 큐슈 남단의 가고시마츄오에서 신오사카역까지 운행한다. 오늘 탈 것은 JR 서일본의 N700계 7000번대 S18편성이다. 


  야마구치현과 히로시마, 오카야마, 효고현을 거쳐 종점 신오사카역에 도착했다. 눈 깜짝할 사이의 산요신칸센 완주. 신오사카역에서 도쿄 행 13:40분 히카리 470호로 갈아탔다. 간사이 지방을 여행할 때 마다 매번 왔던 신오사카역에 제대로 들리지도 않고 그냥 나고야까지 가니, 기분이 모호했다.


  N700A를 기대했건만, 왠걸 그 전전 세대 차량인 700계 차량이 왔다. 13년 11월 신코베에서 신오사카까지 탑승했던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래도 다양한 차종을 타볼 수 있다는 것에 마냥 기뻤다. 중간 정착역마다 들을 수 있는 안내 방송 챠임벨 'AMBITIOUS JAPAN!'이 그렇게도 좋았다.


  나고야역 도착. 하카타역에서 10:43분에 출발해, 나고야에 14:33분에 도착했으니 3시간 50분을 신칸센 안에서 보낸 셈이다. 분명 7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서 출발했는데, 벌써 오후 2시 반이라니... 빨리 움직여야 했다. 첫 일정인 리니어철도박물관을  가려면 아오나미선을 타고 킨죠후토역(金城ふ頭駅)까지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21인치 캐리어를 넣으려 나고야 역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겨우 승강장으로 향했다.


 눈 앞에서 열차를 놓치고, 다음 열차를 기다린다. 아오나미선 승강장에서 본 JR 센트럴 타워. 구글맵, 애플 지도에서만 보던 건물이 내 눈 앞에 있다! JR 동해(도카이)의 본사가 있는 이 곳은 나고야에서 2번째로 높은 건물이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역사(駅舎)이다. 왼쪽 건물이 오피스동, 오른쪽 건물이 메리어트 호텔이 자리잡은 호텔동이다. 오피스동이 51층으로 한 층 더 낮긴 하지만 층고가 높아 호텔동보다 조금 높다. 그 왼쪽으로 지어진 높은 직육면체 건축물이 17년 4월에 오픈할 JR 게이트 타워. 최근 나고야역 주변은 재건축과 고층 빌딩 건축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영향일까?



 드디어 일본 일주의 본격적인 첫 일정인 리니어 철도관에 도착했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서 그런지, 디자인이 깔끔하고 아름답다. 리니어 철도관은 일본 전역에 위치한 JR 각사의 철도 박물관 중에서 규모는 아담한 편이지만, 충실한 전시로 유명하다. 또한, 앞으로 건설 예정인 츄오신칸센에 사용될 리니어 차량의 실험 차량도 이곳에 전시되어 있다.


  입구를 들어서면 펼쳐지는 장대한 공간. 어둠 속에 밝게 빛나는 철도 차량에 자연스레 놀라게 된다. 각 차량에 대해 박물관 측의 설명을 옮기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맨 왼쪽에 있는 것은 C62형식 증기기관차. 일본 최대, 최고속의 증기기관차로, '츠바메'와 '하토' 등의 이름을 달고 활약했다. 1954년, 협궤철도의 증기기관차로는 세계 최고 속도(129km/h)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럼. 협궤를 쓰는 나라가 얼마 없는데.

  가운데 300X라고 써져 있는 것은 955형 신칸센실험전차. JR도카이에서 300계를 잇는 신칸센 차량 기술을 실험하기 위해 1995년 개발한 실험 차량이다. 1996년, 전차방식에 의한 당시의 세계 최고 속도(443km/h)를 기록했다. 700계 및 N700계의 기술 개발에도 일조한 뒤, 2002년 폐차되었다고 한다.

  맨 오른쪽에 있는 것은 이 박물관의 꽃이라고도 볼 수 있는 초전도리니어 차량 MLX01-01.초전도 자기부상열차를 사용하게 될 츄오신칸센(도쿄~나고야~오사카)의 실험을 위해 제작된 차량이다. 츄오신칸센에 대해선 이 글에 다룰 수 없을 정도로 할 말이 많으므로 생략하도록 하겠다. 요는 자기부상형 신칸센은 지어서는 안되는, 바보같은 짓이라는 것. 하지만 이미 착공에 들어갔다는게 함정. 망했어 이 차량은 2003년 야마나시 리니어 실험선에서 당시 철도 세계최고속도(581km/h)를 기록했다. 즉, 이 세 차량 모두 각 부문에서 세계 기록을 세운 적이 있는 차량이라는 것이다. 철도 기술 개발에 들이는 열정과 자본을 생각하니 부럽다.


 차량 내부도 들어가 볼 수 있다. 이 차량은 리니어 차량의 내부. 현 신칸센에 비해 내부가 정말 좁은 편이다. 좌석도 마찬가지. 본래는 2-2열로 반대편도 좌석이 있었는데 전시에 맞추어 떼어냈다고 한다.


  700계!! 신칸센의 얼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셉션, 울버린(물론 고증이 엉망이긴 하다) 등 해외 유명 블록버스터에 나오는 신칸센도 모두 이 모델이기 때문에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정말 유명한 차량이다. 1999년 데뷔했으며, 2019년 도카이도 신칸센에서 퇴역을 앞두고 있다. JR도카이 소속 700계는 행선지 표시를 옛 그대로의 막(幕)을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JR 니시니혼 소속 700계는 LED 행선지 표시를 사용하고 있다.


  신칸센 디자인의 변천사.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선두 부분이 점점 길쭉해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신형 N700계에 들어서는 700계의 '에어로 스트림'을 개량한 '에어로 더블 윙' 디자인을 채용하면서, 선두부가 10.7M로 길어졌다. 물론 옆동네 JR히가시니혼(동일본)에 가면, 15M의 선두부를 자랑하는 E5계가 있다;; 츄오 신칸센의 영업용 차량이 될 예정인 L0계도 15M로, 차량의 발전과 고속화에 따라 노즈 부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신칸센과 재래선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전시. 바로 표준궤와 협궤의 차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협궤(1,067mm)를 채용해 왔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구축된 재래선 철도망은 모두 이 협궤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협궤는 만들 수 있는 차량의 폭에 한계가 있으며, 일정 속도 이상의 고속 주행도 불가능하다. 일본 협궤의 최고영업속도가 특급 '하쿠타카'가 기록했던 160km/h였으니, 200km를 넘는 '탄환열차(bullet train)'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표준궤 노선이 필요했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1964년 도쿄 올림픽 개최에 맞춰, 고속열차를 위해 표준궤(1,435mm)로 새롭게 만든(新) 간선(幹線)을 도쿄-오사카 사이에 놓았다. 이것이 바로 신칸센이다. 신칸센은 기존 협궤 노선과는 궤간이 다르기 때문에, 직렬 운행할 수 없다. 따라서 신칸센은 기존 철도망에서 분리된 폐쇄된 철도망으로 설계되었으며, 그런 만큼 빠른 속도와 안전성이 보장된다. KTX, 재래선 모두 표준궤여서 KTX가 강릉 스위치백도 올라가고(...), KTX, 새마을, 무궁화, 누리로가 같은 노선을 공유하는 한국과는 이런 차이점이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엔 큐슈신칸센 나가사키 루트 착공을 대비해, 협궤와 표준궤 모두 운행할 수 있는 궤간가변차량 FGT(Free-Gauge Train)을 개발하고 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작업인지, 대차에 균열이 발견되어 3년간 개발이 중지되고 작년 12월에 겨우 다시 시험 운행을 시작한 것을 보면 차라리 표준궤로 통일된 한국의 상황이 훨씬 나아 보이기도 한다.


  300계의 뒷면. 철도 박물관답게 대부분 차량 안으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이 차량 옆에는 신칸센 안내방송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방송 예시문이 적혀있어서, 실제 방송을 해 볼 수도 있다. 매번 듣기만 하던 방송을 직접 해보니 특이한 경험이었다.


레일을 교환하는 특이한 장치. 오른쪽의 핸들을 좌우로 잡아 당기면 레일이 새로 교환되는데, 정말 신기했다. 차륜의 충격에 의한 레일의 연결부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레일과 레일을 용접해서 200m 이상의 장레일을 주로 사용한다고 한다.


  마르스(MARS) 발권기. JR 그룹 산하의 철도정보시스템 주식회사에서 개발한 여객 판매 종합 시스템(MARS)으로, 좌석 지정권의 예약, 발권을 위해 개발된 컴퓨터 시스템이다. 위는 1983년에 개발된 M형 단말로, 정기권을 제외한 JR 전 권종 발매가 가능했다고 한다.


  정말 철도의 A부터 Z까지 다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과거 신칸센 역에서 사용했던 플랩 표시기를 옮겨 전시했다. 여기에 표시되는 열차는 실제 없는 편성이라고 한다. 촤르륵- 하고 펼쳐지며 바뀌는 행선지 표시가, 아름답다.


  예전에 도카이도 신칸센을 달리던 신칸센 열차에는, 이렇게 식당차도 있었다. 사진은 100계의 식당차이며, 복층 구조로 되어 있어 2층은 식당, 1층은 주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리니어 철도관의 뒤쪽에는 이렇게 재래선 차량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2층도 있고, 1층에 주행 시뮬레이션도 즐길 수 있다. 아쉽게도 둘 다 폐관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눈물을 머금고(ㅠㅠ) 과감히 생략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또 가보고 싶다는 미련이 남는다.


  1층에는 또 거대한 철도 디오라마가 있다. 도카이도 신칸센과 재래선, 그리고 그 배경을 간략하게 축소해 놓았는데, 그 규모가 엄청나다. JR 큐슈의 철도박물관보다 두 배는 컸던 것 같다. 도쿄 스카이트리와 나고야 JR 센트럴 타워 등 주요 랜드마크가 충실히 재연되어 잇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도 한 명 한 명 모형으로 자세히 구현해 놓았다. 낮과 밤이 바뀌며 건물의 조명과 열차의 조명도 시간에 따라 켜졌다 꺼졌다 하는데, 이게 또 장관이다.


    증기기관차는 큰 관심이 없어서 패스(...) 철도박물관의 오른쪽 끝 부분인데, 규모가 나름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관리상태가 정말 우수하고, 전시 구성도 충실하다. 리니어 철도관이 이 정도인데 그 유명한 사이타마의 철도박물관과 최근 개관한 교토철도박물관은 과연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그에 비해 한국의 의왕 철도박물관을 생각하면 그저 눈물만...


  맑은 하늘과 JR 도카이의 로고가 잘 어우러졌다. 리니어 철도관이라는 이름답게, 박물관 디자인이 상당히 미래지향적이다.


  어서 나고야 역으로 돌아갑시다. 나고야에서 20시 19분 출발이니, 나고야를 둘러볼 수 잇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역 근처 요도바시카메라에서 B-mobile 14days visitor sim을 사고, 요시노야에서 간단히 저녁을 때우고 나니 의외로 시간이 많이 갔다. 현지 유심을 사서 인증하는 데 의외로 오랜 시간이 걸려서였다. 원래 시간이 남으면 나고야 중심지인 사카에도 가려고 했는데, 아쉽지만 나고야역 주변만 둘러보기로 했다. 먼저 공짜 야경을 보기 위해, JR 센트럴 타워의 매리어트 호텔 로비층으로 올라갔다. 15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분명 올라가는 엘레베이터가 있을 터인데... 찾아지지 않아 메리어트 호텔로 연결되는 호텔 엘레베이터에 탑승했다. 파티라도 참석하는지 상당히 화려한 복장을 한 모녀가 같이 탔는데, 너무 허름한 복장의 우리와 비교되서 약간 창피했던 기억이 난다.  15층 Sky Street에서 바라본 나고야 역 주변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신 대 나고야 빌딩과 미즈호 은행이 보인다. 건축물이 모두 중후하고 무게감 있는 양식의 유리건물이라 그런 양식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취향 저격이었다.


JR센트럴 타워와 게이트 타워의 모습. 일본, 아니 세계 어디를 가도 이런 철도역은 찾기 힘들 것 같다. 두 동 사이를 잇는, 가로로 밝게 빛나는 부분이 바로 아까 전 다녀온 15층 전망대이다.


  나고야 역 로터리에 설치된 커다란 조형물. 이게 어떤 조형물인지 여행 중에는 전혀 몰랐는데, 여행기를 쓰면서 알게 되었다. 의외로 비운의 역사가 담긴 조형물이더라.

  1989년, 나고야 시 100주년을 맞아 세계 디자인 박람회가 개최되며 역 로터리 중앙에 조형물이 설치되었다고 한다. 109개의 응모작 중에서 선발된 것이 이 '비상'이라는 작품이며, '과거로부터 미래로의 발신'을 테마로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사용해 죠몬식토기의 줄을 형상화했다고 한다. 높이 21m, 직경 23m의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1989년은 JR 센트럴 타워즈가 준공되는 10년 전이었으며, 당시 역 앞에는 저층의 구 대 나고야 빌딩과 마이니치 빌딩이 있었다. 그 가운데 세워진 이 미래적인 조형물은 단연 그 존재감을 드러냈고, 나고야를 상징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비상'은 불운의 시대에 맞닥뜨리게 된다. 본래 조형물에 분수 기능이 있어서 정상에서 물이 흘러내렸는데, 로터리를 도는 차에 물이 튀긴다는 민원에 결국 2001년 분수기능 작동이 중지되고 만다. 2008년에는, 빌딩 자체가 꼬여있는 특이한 디자인의 '모드 학원 스파이럴 타워즈'가 새롭게 완공되면서 그 명성도 위협받았다. 최근엔 2027년 츄오신칸센 개통에 맞춰 나고야 지하역을 착공하기로 하면서, 2년 후 이설될 운명에 처했다. 약 30년여간 나고야의 상징이었던 작품이, 결국 외지로 옮겨지고 마는 것이다. 아쉽다.

관련기사: https://thepage.jp/aichi/detail/20151206-00000007-wordleaf


  나고야 역 일주를 한 뒤, 다시 나고야역으로. 카나자와를 가기 위해서는 마이바라역까지 다시 신칸센으로 돌아간 뒤, 재래선 특급 시라사기를 타고 카나자와까지 움직여야 한다. 먼저 탑승한 것은 JR도카이의 쾌적한 N700A계. 


   마이바라에서 카나자와까지는 특급 시라사기 5호를 타고 이동했다. 이로써 마이바라~카나자와의 호쿠리쿠 본선도 완주하는 셈이다. 사실 시라사기는 나고야~카나자와를 운행하는 특급이기 때문에 나고야에서 바로 타고 가도 상관없었지만, 신칸센으로 중간에 마이바라에서 환승하는 것이 시간 단축이 된다.

   호쿠리쿠 본선은 특성상 시가, 후쿠이, 이시카와현을 모두 지나게 되는데, 특히 후쿠이현과 이시카와 현을 지날 때 굉장히 시골 철도 느낌이 났다. 현지 유심은 중간중간 터졌다 안터졌다 하질 않나, 울창한 숲 사이를 지나가질 않나...어쨌든 카나자와까지 날 편안하게 데려다 준 681계야, 수고했어.


  드.디.어. 목적지인 카나자와역 도착! 열차는 22시 50분에 도착했다. 일본 도착 후 숙소까지 대략 15시간이 걸린 것이다. 호쿠테츠버스를 타고, 숙소인 카나자와 코린보 토요코인으로 향한다.


오늘 이동한 거리.


2016 일본일주 철도 탑승기록 1일차 결산: 1095.8km / 누적: 1095.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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