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자의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에 이어, 오랜만에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겼던 좋은 책을 만났다. 와다 하루키 교수의 '동북아시아 영토문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領土問題をどう解決するか)'는 북방 4도, 독도=다케시마, 센카쿠=댜오위 제도의 세 가지 영토문제를 다루고,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한 책이다. 동북아시아 영토 문제의 배경과 해결 방법을 편협한 민족주의가 아닌, 국제적인 시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여러 번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북방 4도는 홋카이도 동부에 인접한 4개의 섬(이토로후, 쿠나시리, 시코탄, 하보마이 군도)인데, 패전 후 일본이 소련에 잃은 영토이다. 이 중 이토로후와 쿠나시리 섬은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일본이 포기한 섬이며, 나머지 2도는 러시아가 일본에 돌려줄 필요가 있는 섬이다. 일본 정부는 1956년 기존의 2도 반환 방침을 바꿔, 지금까지 4도 반환을 주장하면서 러시아의 불법 점거를 규탄해 오고 있다. 물론 그 후에도 소련-러시아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2도 반환을 성사시킬 기회가 있었지만, 외무성과 정치가의 '4도 반환 고집'으로 번번히 실패하고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심지어 2002년에는 2도 반환을 협의하려 했던 토고 카즈히코, 사토 마사루, 스즈키 무네오 세 사람이 '2도 반환론자'로 몰려,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기도 했다. 와다 하루키 교수는 일본에서 창조된 '고유영토'론의 허구성과 위험성을 다루고, 방대한 자료와 구체적 외교문건을 토대로 일본 정부의 주장을 논박한다.
와다 교수는 북방 4도 문제 해결에 3원칙을 제시하고, 이를 나머지 두 문제에 적용한다. 즉 양국이 맺은 조약과 협정 등을 중요하게 여기고 철저하게 살리며, 문제가 되는 섬의 현재 상태와 주민들의 생활은 최대한 유지하고, 섬과 주변 바다의 자원을 대립하고 있는 양국에 공평하게 안겨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2도 인도+2도 공동경영'으로 러일 공생을 이루자는 안을 내놓았다. 일본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대담한 제안이다.
독도=다케시마 문제나 산카쿠=댜오위 제도도 이 3원칙을 최대한 적용하여 해결점을 찾는다. 교수는 1905년의 일본의 다케시마 영유는 5년 후 조선 병합의 전조로 행해진 것이고, 조선 식민지 지배를 반성하는 일본으로서 '불법 점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도의라고는 전혀 없는 행동이기 때문에 일본이 주권 주장을 하루 빨리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제 3원칙의 관점에서 시마네 현 어민의 어업권 보장과 독도를 경제수역의 기점으로 하지 않는 것도 합의해야 할 대상이라고 본다. 센카쿠=댜오위 제도는 현상을 존중하며 평화적인 교섭을 통해 해결을 지향하고, 자원은 공동개발하는 해결 방식을 제시한다. 현재 영토문제로 양국 관계가 파탄으로 치닫는 동북아시아 3국에게는 가장 현실적이자, 평화적인 방법이다. 와다 하루키 교수는 "동북아시아 최대의 영토문제는 여전히 오키나와 문제"라는 말로 끝을 맺는데, 아직도 후텐마 미군기지 반환과 새 기지 건설 문제로 인해 미군기지로부터 65년동안 해방되지 않은 오키나와의 현실을 고려해 본다면 대단한 통찰력이라 하겠다. 동북아시아의 세 영토문제에 있어서 언제나 빼놓을 수 없었던 중요한 참가자는 미국이었으니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동북아시아의 영토문제에 대한 통찰력을 얻었으면 좋겠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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