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신식 시설을 갖추고 있었던 토요코인 카나자와코린보점. 토요코인은 일본 전국 및 한국, 캄보디아에 총 256개(2016년 6월 기준)의 지점을 갖고 있는 대형 비지니스 호텔 체인이다. 부산에도 5개의 지점이 있는데, 일본 지점들과 같이 방의 디자인이 획일적이다. 방의 디자인을 획일화하여 설계비를 낮추고, 일정 수준의 서비스를 보장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호텔계의 맥도날드'라는 말이 적합할 듯 하다. 어쨌든 이 지점의 조식과 호텔 방은 평균 이상이었다.
호텔 바로 옆에 있는 카나자와 성과 켄로쿠엔을 보기 위해 출발한다. 카나자와는 관광지가 밀집되어 있어 관광하기 정말 편한 도시다. 토요코인 카나자와코린보 지점은 유명 관광지에 바로 붙어있어 입지가 최고다. 도로 옆 전기시설조차도 일본식 전통 담으로 아름답게 꾸민 것이 눈에 띈다.
카나자와 성과 켄로쿠엔은 바로 붙어있고, 굉장히 넓다. 도시 한 가운데에 이처럼 큰 정원과 공원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뉴욕에는 센트럴파크가 있고, 워싱턴에는 The Mall이 있으며, 도쿄에는 신주쿠교엔과 메이지신궁 등 대형 공원 및 휴식공간이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도심 한 가운데 위치한 대형 공원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매우 아쉽다. 전주시도 그렇지만... 다행히도, 지금 서울시에서는 옛 용산 미군기지 부지 중 243만㎡를 용산공원으로 되살린다는 계획이 진행중이다.
교쿠센인마루정원(玉泉院丸庭園)으로 들어간다. 이 정원은 카가번 3대 번주 '마에다 토시쓰네'에 의해 1634년 조성된 것이다. 카나자와 성의 일부로, 번이 폐지될 때까지 카나자와성 교쿠센인마루에 존재했던 정원이다. 접대 장소로 쓰인 켄로쿠엔에 비해 번주의 안뜰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돌담을 디자인적 요소로 창조적으로 활용한, 독창적인 정원이라고 한다. 정원은 메이지 시기에 버려졌지만, 2008년부터 5년간에 걸쳐 문헌과 발굴조사, 역사자료에 의거한 설계를 진행해 2013년 5월부터 정비공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2015년 3월에 마침내 복원되었다.
맑은 날씨와 어울려 굉장히 아름다운 정원이었는데, 최근에 복원된 줄은 몰랐다.
카나자와 성!! 꼭 와보고 싶었던 곳이다. 문화재가 도시 곳곳에 잘 보존된 교토같은 도시를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카나자와는 이번 여행 1순위였다. 그래서 일정을 줄여가면서도 2일이나 관광할 수 있도록 계획을 짰다. 대부분의 관광지의 입장료가 무료인 것도 매력이다.
카나자와 성은 흰 기와로 유명하다. 카나자와성의 기와가 왜 흰색인지는 아직도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기와에 납을 첨가했기 때문인 듯 하다. 납에는 소량의 동을 첨가하는데, 동을 첨가하면 강도가 높아지고, 산에 의한 부식이 덜 된다고 한다.
니노마루 광장에서 산노마루 광장으로 나갈 때, 지나야만 하는 '하시즈메문 츠즈키 야구라'. 본래 산노마루 광장에서 하시즈메다리를 건너 하시즈메 1문을 지나 니노마루로 향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기 위한 중요한 망루라고 한다. 벽과 대들보 등 성벽의 지지대가 모두 흰색으로 칠해진 것이 정말 매력적이다.
창문 아래 보이는 것은 '다시'라고 하는 돌출창인데, 이는 적이 침입했을 때 돌을 떨어트릴 수 있는 장치라고 한다. '다시' 안쪽에서 바닥을 열면 아래 해자와 돌담이 보이므로, 적이 해자를 넘어 돌담을 타고 침입할 시 돌을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시오토시(石落とし)‘라고도 한다.
등을 돌려 잔디밭을 찍어본다. 잔디밭과 전통건축, 그리고 푸른 하늘이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 되었다. 지금봐도 정말 잘 찍은듯. 이 잔디밭은 산노마루 광장이라는 곳이라고 한다.
산노마루는 이시카와문과 카와키타문 두 문을 통과해야 나오는 내부 성곽이다. 마에다 토시이에의 입성 후 중신들의 저택이 이 곳에 지어졌지만, 이후 모두 성 밖으로 철거한 후 경비 업무를 맡는 무사들의 숙직실이 설치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푸른 잔디밭만 남아있을 뿐이다.
맨 오른쪽에 있는 건축물이 '히시야구라'이다. 니노마루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매우 화려한 외관을 갖추고 있다. 돌을 굴려 적을 막는 장치와 산 형태의 지붕 등 침입 방지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이는 천수각이 없는 카나자와성에서 상징적인 건물이었다고 한다.
사진에서 보이는, 누각을 가로지르는 긴 복도 건축물이 바로 '50간 나가야'다. 50간은 말 그대로 길이를 의미하는 듯 하다. 50간 나가야의 벽을 잘 보면 1,2층 창문이 엇갈린 위치에 놓여져 있다. 이는 전쟁 시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교차하여 만들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대편 니노마루측 벽은 미관을 고려해 1,2층의 창문이 위아래 같은 위치에 있다고 한다.
산노마루 정원 끝에서 바라본 50간 나가야. 천수각이 소실된 것이 아쉽기만 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이시카와문을 지나 켄로쿠엔으로 향한다.
켄로쿠엔(兼六園)은 입장료가 있지만, 그리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다. 입구 주면엔 교토의 키요미즈자카처럼 상점이 줄지어 있기 때문에, 와본 김에 기념품 상점을 들러 기념품을 구매했다.
켄로쿠엔의 이름 유래는 이 정원이 6개의 뛰어난 경관, 즉 '6승'을 '겸비'하고 있다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글자 그대로다. 켄로쿠엔은 미토의 카이라쿠엔, 오카야마의 코라쿠엔과 함께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힌다. 13년에 코라쿠엔을 가봤으니 2곳은 이미 섭렵한 셈이려나.
홈페이지에 따르면 켄로쿠엔은 '회유식 정원'이라고 한다. 여기서 '회유식'이란, 건물 안에서 앉아 연못의 풍경을 바라보는 좌관식 정원과는 달리 넓은 토지를 최대한 활용하여 큰 연못, 구릉, 정자 등을 만들고 전체를 유람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래서 인공적인 미가 주로 느껴지는 다른 일본식 정원과는 달리, 자연적인 미를 음미할 수 있다.
사진 속의 등은 켄로쿠엔에서 가장 큰 연못인 카스미가이케(霞ヶ池) 연못에 있는, 코토지 등롱(徽軫灯籠)이다. 켄로쿠엔이라 하면 이 풍경을 떠올릴 만큼 유명한데, 이런 이름이 붙은 이유는 등의 다리 2개가 거문고의 현 지지대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카나자와 시민의 대표 휴양지이기 때문인지 정원에는 사람이 많았다. 정원을 유람하다 갑자기 높이 솟아있는 청동 상을 발견했는데, 처음엔 공자 상이 여기 왜 있나 했었다. 근데 알고 보니 '메이지 기념의 표식'이라고 하여 세이난 전쟁에서 전사한 향토 군인의 위령을 달래는 상이라고 한다.
여름의 카스미가이케 연못은 정말 아름다웠다. 나뭇가지와 나뭇잎 위에 쌓인 눈을 볼 수 있는 겨울이 아니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너무 걸어서 조금 쉬고자 우치하시테이(내교정)에서 파는 빙수를 샀다. 딸기 연유빙수였는데, 일본식 빙수를 먹어보는 것은 처음이어서 신기했다. 거친 얼음조각이 주인 일본식 빙수는 설빙 등의 한국식 빙수에 비할 바는 못되었지만, 옛 과거의 향취가 있었다.
히사고이케 연못쪽으로 향하면 나오는 미도리타키 폭포. 카스미가이케 연못에서 흘러나온 물이 떨어지는 곳이라고 한다. 높이 6.6m를 자랑하는 폭포의 우렁찬 함성은 푹푹 찌는 일본의 더위를 조금이나마 덜어주었다. 눈과 귀가 시원해서 그런지 주변에 사람들이 특히 많이 모여 폭포를 보고 있었다.
켄로쿠엔을 나와 세 번째 목적지인 21세기 미술관으로 향한다. 내려오는 비탈길에 빨간 토리이가 줄지어 있었다. 순간 수천개의 토리이로 유명한 교토의 후시미이나리 태사가 생각났다. 교토를 3번이나 갔지만 아직 못가봤는데, 다음에는 꼭 가야지.
여기 바로 옆에 킨죠레이타쿠(金城霊澤)라는 작은 샘이 있는데, '카나자와'라는 지명의 발상지로 유명하다. 바로 이 샘에서 사금을 씻었다는 전설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金洗い沢=金沢). 이 샘에서 카메라를 두고 타이머 모드로 둘이서 컨셉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있을때, 한 할아버지가 오셔서 이 샘과 지명의 유래에 대해 설명해 주신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카나자와 21세기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유명한 수영장 작품을 보기 위해서다. 이 미술관은 세지마 카즈요와 니시자와 류에라는 젊은 두 일본인 건축가가 설계한 건물이다. 두 사람은 이 미술관 설계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가 되었다고 한다. 지름 113m의 원형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바깥 창이 모두 곡선 유리로, 도심을 향해 열려 있다. 그래서 밖에서 미술관 안을 들여다 볼 수 있고, 안에서도 밖의 풍경을 바로 조망할 수 있다. 누구라도 언제나 편한 마음으로 들려 즐길 수 있고, 다양하고 활발한 소통과 체험이 이루어지는 '공원 같은 미술관'인 것이다. 덕분에 미술관 안에서도 풍부한 자연광을 즐길 수 있었다.
본 전시는 'ぬう’라는, 직조를 통해 만든 예술품을 보여주는 전시였다. 예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작가가 의도한 바를 파악하는 능력이나 내가 느끼는 주관적 감상이 초보적 수준이어서 약간 아쉬웠다. 학생은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다행히 한국 학생증을 보여줘도 할인이 되었다. 위 사진에 나오는 회랑은 일자로 건축물을 관통하는 통로인데, 개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외벽이 통유리가 아닌 콘크리트였다면, 매우 어둡고 침침했을 터이다.
폐관 시간이 다 되어, 밖으로 나왔다. 미술관 건물 밖에도 조각품이나 여러 설치미술이 있었다.
역사 외부도 마찬가지지만, 내부도 정말 아리땁다. 카나자와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좋은 건축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사람 간의 소통을 촉진한다.
우리를 토야마로 데려가 줄 츠루기 722호. '츠루기'는 호쿠리쿠 신칸센의 열차 등급인데, 카나자와-신타카오카-토야마 사이를 왕복한다. 왜 카나자와~도쿄 구간 중 편도 60km도 안되는 카나자와~토야마 만을 왕복할까?
토야마 도착~! 호쿠리쿠 신칸센 개업에 맞춰 새로 개업한 역이라 역시 흠잡을 데 없는 디자인이다. 타일, 표지만, 스크린도어 모두 디자인이 정말 깔끔하다. 코레일은 겉에만 번지르르한 유리궁전 역사 만들 생각 말고 인테리어를 어떻게 하면 이처럼 중후하고 깔끔하게 만들 수 있는지 배워야 할듯.
신타카오카역을 거쳐 토야마역에 도착했다. 신타카오카역 근처에 대형 이온몰과 토호 시네마가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당시 일본에서 막 개봉했던 '너의 이름은'을 보러 갈 걸 그랬다. 이상하게도 그 때는 정말 바빠서 그랬는지, 그런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토야마역은 듣던대로 전철과 시내 트램, 버스 및 택시 등 교통 수단간의 연계가 잘 되어 있었다. 역을 나오자마자 바로 트램 정류장이 있어, 시내 각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토야마시는 군대에서 처음 '토야마의 교통개혁'이라는 일본 원서를 통해 알게 되었다. 토야마시의 모리 시장이 수요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공공교통과 자동차 도시의 가속화 등을 해결하기 위해, 대중교통 개혁을 통해 '컴팩트한 마을 조성(コンパクトなまちづくり)'과 대중교통 수요 확보를 이루어낸다는 내용이다. 고밀, 근접 개발 및 대중교통을 통한 도시공간 연계, 도시기능 집약 등이 이루어진 이러한 '압축도시(Compact City)'는 인구감소와 고령화에도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토야마시의 성공은 일본의 다른 지자체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고, 그 방법을 배우기 위해 많은 관계자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우선 저녁에 먹을 식량을 사기 위해, 미리 찾아보았던 근처 대형마트로 향했다.
약 한시간 반 정도 머문다는 계획은 무모했다. 시간이 부족해 결국 카나자와까지 돌아가는 신칸센을 놓치고, 한 시간 뒤에 있는 다음 열차를 예약하기로 했다. 남은 시간 동안에는 토야마 시내전차 센트램을 타고, 토야마 시내를 쭉 돌아보기로 했다. 원래 6시 전까지 토야마에 올 수 있으면 새로 개관한 유리박물관이나 토야마 시청 전망대 등을 가볼 계획이었으나, 계획을 세우는 도중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과감히 포기했다.
토야마 시내 관광을 해 줄 녀석이 도착했다. 시내전차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다르게, 상당히 멋있게 생긴 デ9000계. 2011년 순환선 신차량 도입 사업으로 도입된 차량이다. 백, 은, 흑 세가지 색이 있다고 하는데, 운이 좋은지 흑색 당첨이다. 애칭은 CENTRAM이다. 책에서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일본이 아닌 유럽에 있는 것 같다. 레일과 콘크리트 바닥 사이에 수지 완충제를 넣어 진동과 소음을 완화했다고도 본 것 같은데, 실제로도 그랬다. 차량은 편했고, 진동 및 소음도 거의 없었다. WIFI가 차량 안에서도 되는 점이 신기했었다.
이 차량은 SANTRAM이라고, 순환선 외 노선을 운행한다. 가장 최근에 도입된 차량인데, 3량 중련으로 총 정원 76명을 태울 수 있다. 이 플랫폼 반대쪽에는 토야마 라이트레일과 직결운행하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직결운행으로 토야마 항 지역 주민들의 역 접근성을 높이고, 관광객들과 시민이 더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전략이다. 현명하다.
안녕, 토야마.
이상하다. 승객이 우리 둘 밖에 없다. 몇 칸을 돌아다녔지만,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열차에 승객이란 우리밖에 없는 것 같았다. 아니 JR니시니혼 양반 신칸센 한 량을 우리가 전세내서 간다니 이게 무슨 소리요!
일본 열차승무원은 항상 검표를 하러 문을 열고 들어올 때 인사를 하고, 검표를 끝낸 후 나가기 전 다시 한 번 인사를 하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열차에 우리 두 명밖에 없는데도 정중하게 예의를 갖추는 모습에 빛나는 직업정신이 엿보였다. 안녕, 츠루기.
계속 반복하게 되지만, 카나자와역 역사는 정말 아름다웠다. 저렇게 계단에 조명을 넣을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어쨌든 긴 하루였다. 이 날은 토요코인 호텔에 걸어서 돌아간 뒤, 코인세탁기로 세탁까지 하고 자느라 새벽 2시 가까이 잘 수 밖에 없었다. 이는 다음 날 체크인 시간을 넘긴 늦잠으로 이어지게 된다.
오늘 이동 거리. 가벼운 일정이다. 4,5일차가 정말 빡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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