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22일 토요일

KTX 민영화의 문제점과 위험성

  먼저, 이 글은 KTX 자회사 설립과 철도노조 파업 이전에 작성된 소논문이다. 이 글이 쓰여진 직후, 박근혜 정권은 자회사 분리를 시도하여 철도공사를 '지주회사+자회사'형태로 전환하며 수서발 KTX노선은 철도공사가 30%를 출자한 자회사에서 운영할 것을 합의 없이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코레일을 물로, 차량, 시설 유지보수로 나누는 등 정부가 주장하는 '독일 오픈액세스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영국식 철도 민영화'에 불과했다.

  결국 많은 국민과 노조, 그리고 시민단체가 반발하여 2013년 12월 9일 철도노조의 파업이 시작되었다. 코레일측에서는 파업에 참가한 4213명 전원을 직위해제하고 194명을 고소 고발하였으며, 12월 10일 추가로 1585명을 직위해제하였다. 이러한 유례없는 강경 대응은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으로 이어졌으며, 전 대학가와 한국 사회에서 자성의 목소리, 정부 비판의 대자보가 터져나왔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민의 뜻에 반하는 민영화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과는 반대로, 철도노조 파업을 "국민 경제에 피해 주는 전혀 명분 없는 일"이라 비난하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결국 경찰은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민주노총 본부가 입주한 경향신문사 건물에 강제 진입했다. 민주노총 압수수색 영장 신청은 기각된 것이었지만, 경찰은 66개 중대 4000여명을 투입시켰다. 그러나 지도부는 그 건물에 없었고, 경찰이 얻은 것이라곤 철수 중 절도한 '맥심 두 박스'였다. 해외의 노조와 국제앰네스티 등은 공권력 사용을 자제하고 파업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보냈지만, 정부 측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정부는 필수공익사업장 대상으로 파업을 하기만 해도 바로 면직시킬 수 있는 법을 입법한다고 하는 등 노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를 지속했다. 2013년 마지막을 뜨겁게 달구었던 철도파업은 결국 22일 만에 12월 31일 오전 11시에 종료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2014년 1월 16일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정치적 청탁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최연혜 사장 취임 이후 주장해왔던 개혁의 진정성이 크게 의심받는 등 KTX자회사 설립은 석연치 않은 의혹을 남기었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코레일 사장이 무리하게 추진했던 수서고속선 법인 설립은 통과되었고, 이는 후에 사실상 민영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렇다면 왜 수서고속선 법인이 설립되면 안 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아래 글을 참조하길 바란다.



2011년 말부터 이명박 정권 하에서 국토해양부는 인천국제공항 주식 매각과 함께 호남고속선과 수서고속선의 민영화를 강력하게 추진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대선과 정치권의 반대에 떠밀려 잠정 중단되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대선 전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곧바로 민영화 작업을 재추진 할 것이라는 계획을 세워 두고,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자 수서발 KTX의 민영화를 위해 민간 자본이 포함된 별도의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5월말까지 확정하려 하고 있다.

  수서고속선은 서울시 수서역에서 출발하여 평택 근처에서 경부고속선과 합류하는, 2015 10월 개통을 목표로 공사중인 고속철도 노선이다. 수서고속선은 사실상 철도기반시설이 없다시피 했던 강남과 수도권 동남부(성남, 분당, 용인)의 고속철도 수요를 상당 부분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지역은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가격탄력성이 낮은 층이 밀집되어 있어 높은 가격에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알짜노선을 국토해양부의 주장대로 민간기업에 운영권을 넘긴다면, 경쟁체제로 인한 이득보다 손실이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글에서는 수서고속선의 민영화(경쟁체제 도입) 담론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을 공공의 복리와 효율성의 측면에서 분석해 볼 것이다.

철도는 광범위한 지역에 다양한 수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국가경제에 필수적인 기반시설이다. 따라서 누구나 마땅히 누려야 보편적 서비스 특성을 지니므로, 철도공사는 현재 지역선의 막대한 적자와 시설투자 부채를 부담하며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적자인 지역선은 지역민들의 교통 이용의 공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간선 이용률을 높이는 데에도 필수불가결한 구성요소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철도공사는 구조적 적자 요인에도 불구하고 KTX 운영 수익금으로 높은 시설이용료와 지역선의 적자를 충당하고 있다.

따라서 KTX 수서고속선의 운영권을 민간기업에 불하하거나 별도의 법인에 위임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철도공사의 재정악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철도공사의 적자운영은 수서고속선 사업자의 흑자운영에 비교되며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공익적 적자노선의 열차운행 감축과 폐선이 불가피하게 된다. 또한 향후 건설되는 신설노선의 인수 포기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서비스 질은 더욱 저하되어, 결과적으로 철도교통의 공공성을 상실하게 되는 결과를 야기한다.

국토해양부가 재벌 특혜 논란을 비켜가기 위해 제시한 민관합동방식은 결과적으로 그 이익이 국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특정 재벌기업이나 국제 투기 자본에 쏠릴 가능성이 높다. 5 12일 국토해양부는 코레일을 1대주주로 하여(지분 30% 미만), 철도시설관리공단과 정부기관의 출자로 총 51%의 지분을 구성하고, 나머지 49%는 국민연금과 민자출자로 구성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그러나 민자출자가 없어도 높은 수익이 보장된 노선에 굳이 민관합동방식까지 제시하며 민자출자를 도입하는 것은 민영화를 위한 초석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51% 지분은 분산되어 있기에 49%의 지분으로도 지배주주로서의 의사결정권은 제약을 받지 않는다. 또한 후의 정부 방침이 바뀌어 철도시설공단과 정부기관의 출자 지분이 나중에 민간에 매각될 가능성도 있다. 이 방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식매각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가의 기간 철도망이 거대 국제 투기 자본의 수익 창구로 변질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때, 한국 정부의 규제에 ISD 제소가 이루어진다면 정부는 국민들의 혈세로 배상금을 물어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따라서 민관합동방식은 재벌이나 거대 국제 투기 자본 등 소수의 자본계급에게 이익이 편중된다는 점에서 공공의 복리를 심각하게 해치는 방안이라고 하겠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수서고속선의 민간개방은 철도공사의 경영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적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간 기업은 부담을 덜기 위해, 역사 및 차량기지, 고속철도 차량 등을 저가로 장기 임대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으며, 기존선과 달리 수익이 보장된 고속철도 사업에만 참여하고자 한다. 이러한 특혜는 민간 기업에만 수익을 집중시킬 것이며, 기존 고속철도와 일반열차 수요 이탈로 인한 철도공사의 수익 감소를 초래한다. 신규 고속철도는 사실상 기존 경부고속철도와 동일 노선으로, 기존 노선의 수익은 1500억 원 감소되어, 2020년까지 연 평균 4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전망이다. 즉 철도공사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민간 특혜 개방은 오히려 국민의 이동 편의를 저하시키고 국가적 재정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것이다.

수서고속선 민영화는 이뿐만 아니라 효율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심각하다. 우선, 복수의 운영자로 인해 중복투자가 발생하고 기존 자원의 활용이 불가능해져, 철도산업 전체의 비효율을 초래한다. 민간 사업자는 철도 공사와 달리 기존의 조직과 인력, 시설 및 유지보수 장비 등을 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모두 새롭게 채용 또는 구입해야 한다. 실제로 제2 철도공사 설립 시 초기투자 비용으로 3000억 원~4000억 원이 소요되고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으로 매년 600억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낭비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차량 중정비시설을 구축하고 유지보수 장비를 구입하는 데에도 2440억이 더 들기 때문에, 중복투자는 심각한 비효율을 낳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복수사업자일 경우 수송효율이 떨어지며 전체적 낭비와 비효율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관제 업무의 이원화로 인한 비효율 초래 또한 예상되는 문제이다. 수서발 KTX는 평택 이후 기존선으로 운행하기 때문에, 민간개방 시 전체 노선의 80%를 공동 운영하게 된다. 여기서 복수의 운영자가 경쟁하기 위해서는 선로배분의 공정성이 확보 되어야 하므로, 관제업무는 철도공사가 아닌 제 3의 독립적 기관으로 이전된다. 그러나 이 경우, 이관에 따른 1,280억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관제사와 철도운영자의 조직 이원화로 인한 정보교환 및 의사소통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 복수의 기관 간 정보교환 부족으로 인명 사고가 증가하고, 열차 탈선 등의 비상상황 시 구원열차 등의 운행에 지장이 초래되어 신속한 복구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과도한 철도 민영화를 시도했던 영국에서는 1999 Paddington 2002 Potter’s Bar에서 시설관리자와 운영자간 정보교환 부족으로 열차가 충돌하여 총 40명이 사망했다(영국철도안전조사국, 2009). 운영자와 시설관리자가 다른 수서고속선의 민간개방의 경우에도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이렇듯 복수의 운영자는 관제업무의 이원화를 낳아 기관 간의 원활한 정보교환 및 의사소통을 방해하고 사고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국토해양부는 민간경쟁체제를 고속철도에 도입하게 되면 현재 운임수준의 20% 가량 낮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러한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한국교통연구원과 같이 운임인하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분석은 역사와 차량기지를 저가 장기 임대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며, 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할 뿐만 아니라, 불분명한 근거에 의거에 운영비용을 낮게 책정하는 등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실제 민간기업은 공기업보다 자금조달 금리가 높아 매년 600~800억 원의 금융비융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철도의 민영화를 실시했던 영국과 일본의 경우, 운임이 인하되지 않고 오히려 운임이 최소 100% 인상되었다.

철도 산업은 그 본질이 타 교통수단과 매우 다르기 때문에, 경쟁 체재를 도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특히 열차 운행이 빈번한 간선에서 복수 운영자가 시속 300km의 고속으로 공동 운행하는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없다.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철도 선진국 대다수가 간선을 공공철도로 유지하며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기업 특혜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실패한 민영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KTX 수서고속선 민영화는 앞으로 큰 수익이 보장되는 알짜노선이라는 점에서 알짜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의 주식 매각 논란과 함께 그 추진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이다. 알짜 분할 민영화는 공공철도의 존재 이유인 공공성을 훼손하며, 사고 위험성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철도공사의 부실화로 인한 국가적 재정부담을 초래한다. 또한 중복투자, 관제업무의 이원화, 요금 상승 등의 비효율을 발생시킨다. 이렇듯 정부의 계속되는 KTX 민영화 시도는 공공의 복리와 효율성을 모두 저해하므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지금은 소모적인 민영화 논란이 아닌, 참여정부 때 어설프게 이루어진 철도 구조개편을 보완하고 공공성 강화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지하철 9호선에서 KTX까지: 민영화가 파괴하는 사회>, 박흥수, 진보평론(2012)
<고속철도 민간개방,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철도공사(2011)
<특혜와 비리의 특급열차, KTX 민영화 추진의 허구성>, 김성희, 복지동향(2012)
<한국 철도의 민영화에 관한 연구 일본 국철의 사례와 그 시사점을 중심으로>, 채대성(2006)
국토부 박 당선 땐 KTX 민영화 재추진, 경향신문(2012.12.13)
수서발 KTX에 민자 최대 49%...또 민영화 꼼수?, 한겨레(2013.5.12)
수서발KTX’ 맡을 제2 철도공사 신설 이달 말 확정, 경향신문(2013.3.20)

평창 알짜배기 수서발KTX’ 결국 민영화되나, GO발뉴스(2013.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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